올해가 결혼한지 17년째다.
횟수로 따져보니 나혼자 외국출장을 다녀온 게 8번이다.
어쩌다 가는 출장이지만 기실 절반 정도는 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였으리라.
물건너라고는 신혼여행 하고 한차례 가족여행으로 제주도 두번 다녀온게 전부인 처가 몇년 전부터 노래를 부르곤 했다. 혼자서 홍콩을 다녀 오겠다고도 했었고 유학중인 후배 보러 파리를 다녀 오겠노라고 호헌장담을 하곤했는데 어디 그게 쉬운일이겠는가? 파리에 나가 있던 후배는 작년에 귀국을 하였고 말도 안통하는 외국으로 간다는게 여간 걱정스러웠던게 아니었는지 이내 포기하였는데 올해 큰맘으로 딸내미 고등학교 입학 기념(? 고생길이 환하게 열린)으로 가까운 곳을 택해 함께 가기로 했다. 마침 필리핀에 오랜 지기가 현지 매니저로 있어서 여행지를 마닐라로 잡고 갈 방법을 찾아 보기로 했다.
1.1일에 차례를 지내기에 설 연휴가 우리 가족에겐 휴가를 제외하고는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시기인데 설 연휴 기간에 국내 여행이 어디 가당키나 한가. 길바닥에 뿌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냥 집에 있으면서 주변 친지들을 찾아다니는게 훨씬 나을 게다. 그동안 설연휴를 그리 보냈는데 이번엔 물건너 보기로 하고 항공료 등을 알아보니 성수기 인지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또 마닐라 현지에 있는 친구도 업무 때문에 계속해서 우리 가족을 챙겨줄 처지가 아니어서 차라리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기로 하여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여행지와 시간은 정해졌고 거기에 맞는 여행 상품을 선택하면 되는데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참 여러 사이트를 뒤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모두투어의 마닐라 4박5일 동반1인 할인 상품을 골라 인터넷으로 주문까지 마쳤다. 며칠 후 이런 저런 옵션 항목이 많아 현지에서의 마찰을 피하려고 비슷한 요금대의 옵션이 없는 상품을 다시 검색하게 되었는데 아니 이럴수가... 절반 정도의 가격에 동일한 상품이 한정 판매로 나와 있는게 아닌가. 처와 다시 상의하여 전화 문의 하였더니 대기자 명단에나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처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런 상품이 있는데 배가 비싼 상품으로는 못 갈 것 같다는 거다. 며칠이 지나 여행사로 부터 예약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오기전 까지는 사실 맘 속으로 여행을 포기 했다.
처에게 여행 준비를 맡기고 부지런히 설 전에 마쳐야 될 일을 해야 했다. 늦어지면 여행이고 뭐고간에 일을 우선해야 하기에 오랜만에 날밤을 새워가며 급히 테스트 버전을 완성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가 있었다. 아이들도 졸업식을 마치고 바로 다음날이 여행일이라 서둘러 준비시키고 드디어 출발이다. 새벽 6시에 짐가방 챙겨 집을 나서는데 인적이 드문 거리에 요란한 가방 끄는 소리를 한 우리 일행이 단연 눈에 띈다.
7시 20분 공항 도책해서 항권권과 일정표를 받아 들고 10시 30분 대한항공 비행기로 출발했다. 아이들은 들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4박5일 일정을 무사히 마쳐야 하는데 약간 걱정이 된다. 사실 나 또한 단어 몇개 단답형으로 연결하여 손짓 발짓해서 간신히 의사표현을 하는 정도라 문제가 생기면 아주 난감한 상황이다. 미리 개인적으로 여행 보험 하나 더 들고 현지에 있는 친구와 상의해서 현지에서 핸드폰을 하나 받기로 하였고 그리고 꼼꼼하게 연락처 등을 준비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있으니 걱정을 안할 수 가 없다.
기내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마닐라에 도착하니 현지시간으로 2시 30분, 여행사 현지 가이드 만나 간단한 시내 관광하고 호텔에 도착하여 친구에게 전화 하니 저녁을 같이 하잔다. 가이드에게 저녁을 빠지겠다 하고 친구 가족과 우리 가족 일곱이서 근처 중식식당엘 갔는데 아이들고 처가 정말 많이 먹는다. 며칠은 굶은 아이들 같다. 음식 때문에 고생할까 염려했는데 아이들이 적응을 잘해주니 참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