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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이꿈, 저꿈 수없이 꾸지만 당신 꿈은 꿀 수가 없군요. 꿈에라도 한 번 보고싶은데 나를 위해 꿈에도 안보이고 잠도 잘자게 해주시는 것인지요.
저녁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 잘 자고 일어나서야 당신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그리고 일기장을 펴들고 한없이 울었읍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내가 이렇게 되리라곤 정말 상상 밖인 것 같습니다. 어딘가 꼭 잘못되 당신을 보낸것만 같으니 당신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군요. 여보, 전 전 어떻하면 좋습니까
날마다 되풀이되는 눈물, 한숨 감당할 수가 없군요. 1년만 더 계셨더라도 제 마음이 이렇게 아프진 않겠는데 병 중에 하고픈 이야기 몇 마디만 더 했어도 이렇게 슬프진 않겠는데…
가신지 꼭 12일째 입니다. 그러나 그때는 엄벙덤벙하다 어쩐줄 몰랐는데 갈수록 이렇게 슬프고 제 옆에 아무도 없는 같고 제 모습이 이렇게 초라해 보일수가 없습니다. 남이 부끄러워 현관문도 나갈 수가 없어서 연탄불도 철훈이더라 갈라고 합니다. 여보, 여보, 진정 나를 사랑했다면 이렇게 두고 가지는 않았을텐데…
생존시 잘못했던 것은 다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제게 잘해준것만 생생하게 생각이 나니 살 수가 없습니다. 견딜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빨리 가실 분이었다면 여기저기 같이 구경이나 실컷해볼걸…후회해도 소용없고 땅을 쳐도 소용없는 일. 이젠 내곁을 떠나버린 인연이 끊긴 옛날 분.
하지만 자꾸만 자꾸만 생각이 나는 걸 어떻하면 좋습니까?
지금으로 따져보면 먼 옛 날이 되겠지요. 결혼후 학교에 다니면서 자기 일은 자기가 하자던 당신, 자기 빠자마는 자기가 천 떠다가 마름질하여 자기가 고모님 댁에 가서 해입던일, 먼저 온 사람이 저녁을 하기로 하고 자기가 먼저오면 자기가 하던 일, 내가 몸이 불편하여 병원에 누워있으면 학교로 갔다 병원으로 왔다 하던 일.. 조금만 힘든 일 해도 여보 고생많았지 하던 당신 이제는 이런 소리도 들을 수가 없겠군요.
여보 올 1년 저와 멋있게 살다가시지 1년도 못 기다려 주셨습니까
내 남은 생 누구와 함께 보낼까요.
화투, 바둑, 등산, 낚시, 당신은 누구와 함게 즐기실른지요.
여보, 여보, 여보, 가슴이 터져 옵니다.
눈물이 막 쏟아져 내립니다.
마음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여보, 여보, 날 좀 도와주세요,내 손 좀 잡아 주세요.
당신이 좋아하던 일본노래를 들어봐도 가슴이 답답하고, 당신이 남기고 간 마지말 말을 틀어봐도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누가 옆에 있어도 눈물이 펑펑흐릅니다.
가만이 혼자 앉아있자니 미칠 지경입니다.
전, 전 어떻하면 좋습니까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 그렇게 거리가 멀고 아득한 곳입니까? 한 번 죽으면 그만 다시 되돌아 올 수 없는 곳이군요.
12일도 이렇게 지루한데 10년 아니 20년을 어떻게 삽니까? 딸들을 보고 아들을 보고..네.. 시집은 보내고 장가는 보내야지요. 그건 부모의 의무이니까요. 더군다나 당신 몫까지 내가 하고 가야지요. 하지만 부모의 의무가 끝나면 전 무얼하고 삽니까? 전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말년을 좀더 멋있게 남들보다 더 보람있게 살려했는데 꿈이, 희망이 무너져버렸습니다.
앞으로의 저의 인생 처량하기만 합니다.
당신이 제 제 가슴을 채워주지 모한 한을 자식이 채워줄는지, 그건 알수 없구요
만약 자식이 채워준다 하더라도 당신만큼은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부디 부디 극락세계 왕생하여 저의 소망 이뤄주시옵고 이승에서 못다 푼 한 저승에서 푸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