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2일
어젯 밤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살아계실적보다 너무 냉정했었습니다. 그저 자기 할 일만 하고 계셨습니다. 저 역시 또 무표정했습니다.
여보, 난 잊을 수가 없는데 어떻하면 좋습니까? 만날수만 있다면, 아니 갈 수만 있다면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하지만 만날 수도 갈수도 없는 영원한 곳. 인연이 끝나면 그만인 것을 살아생전 그토록 아웅다웅하며 살았을까요. 고생, 고통, 근심 걱정 다 겪어보았지만 다 견딜만 했던가 봅니다.
그 때 그 시간들이 그립기만 합니다. 낚시 다니던 때 산에 가던 일 바다에 가던 일 제주도 다녀 오던 일 이 모두가 영화의 필름처럼 제 머리에서 계속 돌아가고 있으니 미칠지경입니다. 작년에 자꾸만 일요일만 되면 산에 가자더니 지금은 당신 혼자만 다니겠지요.
여보, 여보 미안함니다. 죄스럽씀니다. 당신이 가자고 해도 자주 가지 못한 것이 이렇게 후회스럽습니다. 견딜수가 없음니다. 자기병 자기가 잘 안다고 하더니 이렇게 죽을병 걸리고서도 몰랐던 당신. 작년 여름 왜 병원에 한번 안가보았는지 약방에 한번 안가보았는지 가슴을 치고 싶슴니다. 발을 구르고 싶슴니다. 잘못했어도 너무 너무 잘못한 것 같음니다. 하지만 잊기 위해 운명으로 돌려봅니다. 그렇치만 잊어지지는 않는군요. 세월이 가면 언젠가는 까마득히 잊을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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