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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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i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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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9일(금)


여보, 내일이 서산계 곗날이라고 나더러 오라고 어젯밤 전화가 왔더군요. 작년 이 땐 당신과 함께 다여왔는데 나 혼자 뭘하러 가겠습니까? 당신과 함께 다닐 땐 좋았었는데…
이번엔 괜히 가슴이 더 터질 것 같습니다. 더 우울해 집니다. 더 살고싶지 않습니다. 혼자산다는게 그렇게 쓸쓸하고 허전한 것인지 미쳐 몰랐습니다. 남들도 사는데 전 왜 이런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서산계원 7명중 당신이 제일 먼저 가버렸습니다. 제가 박복하여 당신을 잃었는지, 당신이 명이 짧아 이렇게 가버렸는지 알 수 없군요. 차라리 남들처럼 제가 먼저 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당신과 바꿀수만 있다면 더더욱 좋구요. 하지만 현실은 그럴수가 없는 걸..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기가막힐 지경입니다. 가려움증만 있을 뿐 밥도 잘먹고 누워있지도 않고 활동도 제대로 하면서 병원에 갔었는데 3개월만에 가버리다니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일이군요. 현대 문명이 그토록 아니 의술이 그토록 발달되었다고들 하면서 그 병하나 못 고치고서야 어떻게 의술이 발달됐다고 하겠습니까?
내게 이런 벼락이 어디있습니까?
전 49년간 남을 위해 살았고 남편을, 자식을 위해 살아왔을 뿐 저 자신은 내동댕이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계시다면, 부처님이 계시다면 저에게 이런 모진 별을 주지는 않았을 터인데…아마도 당신이 죄가 많은가 봅니다.
전 오늘 김회장 사모님 문병을 갔었습니다. 가기는 싫었지만 당신 빚 갚으려구요. 다녀오는 길에 을지로 큰 점숙이네 집에 들렀었지요. 거기에 갔더니 당신 살아있을 땐 아무얘기도 않더니 죽고나니까 옛날 얘기하더군요. 당신과 장원이 엄마 이야기. 언젠가 당신이 서울에 출장화서 전화로 만나자고 아여 나갔더니 그런 이야기 하면서 재가 충격이 커서 어쟀으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더라고 만약에 내가 먼저 가더라도 혼자 살면서 서러워 할꺼라고… 그렇게 걱정하는 사람이 어떻게 먼저 갈 수가 있습니까?
오늘 김회장님을 보니 나보다는 훨씬 더 나아 보이더군요. 최선을 다한 다음은 어쩔수가 없다구요. 그리고 여지껏 살아준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더러 운명으로 돌리고 힘내라구요. 하지만 슬픈걸 어떻합니까? 괴로운걸 어떻합니까?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과거가 그립습니다. 옛날이 좋았었습니다. 여보, 여보 대답 좀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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