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2일(금)
오늘은 약국집으로해서 경동시장엘 다녀왔습니다. 누워계실때 잉어사러 한 번 가보고 오늘 처음으로 경동시장엘 갔는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나처럼 슬픔에 쌓인 모습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다 할 일이 많고 바쁘고 활기차 보였습니다.
여보, 전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혜령이가 몸이 아파 죽겠다고 해도 가보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오직 내 설움만이 제일 인 것 같습니다. 나로 하여금 당신의 성격이 그렇게 되었는지 아니면 원래 그랬었는지 당신의 병은 성격탓인 것 같습니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프고 슬픕니다. 앞으로 5년만 더 살다 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생 60도 못 채우고 갈려고 그동안 발버둥치며 고생하고 살았을까요? 너무 허무합니다.
살아온 과정이 너무 고달펐습니다. 나만을 위해 살았더라면 이렇게 고달프지는 않았을 것을… 돌이켜 지난 27년을 생각해보니 내 가정을 위해 싸운 적은 얼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부 주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암, 나주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는 싸우지도 않았겠고 고생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후회, 저렇게 살아도 후회라면 차라리 나 만을 위해 편히 살다 후회하는게 훨씬 현명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여보, 제가 너무 한 것 같습니다 당신이 가버리니 제 방법이 틀렸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당신의 말씀, 내가 힘이 없어서도 아니요, 지식이 모자라서도 아니지만 나에게 승복했다던 말씀.. 그럿은 종교적인 면에서 볼 때 네가 맞았다는 말…
그게 마음에 걸리고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