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4일(일)
일요법회 참석을 했습니다. 좋은 말씀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나 오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뿐입니다.
처음엔 못다 살고 간 당신의 한 때문에 가슴이 아프고 견딜 수 없었습니다. 헌데 지금에 와선 오히려 당신이 부럽고 제가 불쌍해지는구려. 이렇게 초라해보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슬플수가 없습니다. 길을 걸어가도 누가 저만 보는 것 같고 차 안에서도 저만 보는 것 같습니다. 구의 역에만 가면 아침 저녁으로 다니시던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옵니다. 그래서 되오곡이면 전철을 타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나 당신이 늘 다니서던 곳이었습니다. 이 곳 저 곳 보지 않으려고 방에만 있자니 울화통이 터집니다. 여보, 전 어떻하면 좋습니까?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앞이 캄캄합니다. 지금 심정으로선 부모의 의무도 책임도 져버리고 당신 곁으로 가소 싶습니다. 당신없인 하루도 휘젓하며 잠 못이루는 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저 혼자서 앞으로 10년 20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악몽 같은 세월입니다.
무슨 재미로 여생을 보냅니까? 같이 만나 같이 가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련만 그렇게는 하지 못할 망정 이렇게 간격이 벌어질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여보, 우리 윤경이 시집 보내고 철훈이 졸업시키고 장가보낸뒤 저도 당신 곁으로 데려가 주세요. 저 오래 살고 싶지 않습니다. 지나간 과거가 이렇게 그리워질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부러운 것 없이 남이 저를 부러워하는 행복한 50년이었습니다. 그런데 남은 여생 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모 복도 그만하면 되었고, 남편복도 그만 남보다 훨씬 좋았는데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식복도 이만하면 남보다 못하지는 않는데 제가 욕심이 너무 많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