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화)
여보 오늘도 밖으로 나갔었습니다.
저의 할 일이 무엇인가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았건만 그 하고 많은 일 중에서 제가 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답답하기만 합니다.
훨훨 전국을 쏘다니고 싶습니다. 집은 싫습니다. 당신이 없는 이 집은 재미가 없습니다. 집에 있는 것 모두가 보기 싫습니다.
여보, 여보 날 두고 어떻게 눈을 감으셨습니까? 죽는 것 마음대로 할 수 없다지만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았단 말입니까? 하느님도 무심하고 부처님도 무심하시지 왜 하필이면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건지…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남을 괴롭힌 일, 남 못할 일이라곤 해 본적이 없고 도우면서 살았는데 이런 벌을 내리셨는지…
날이 갈수록 생각은 더해가고 슬퍼집니다. 얼굴엔 웃음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단란했던 가정도 없어졌습니다. 사노라면 웃음이 생길까요? 즐거움이 다시 찾아올까요?
이대로는 살 수 없습니다. 죽는 것만 못합니다. 오늘은 윤경이 때문에 속이 더 상합니다. 당신이 계셨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4월 15일자 다른 사람든 다 발령을 했는데 윤경이는 아직 안해준다 합니다. 이 모두가 당신이 가버린 탓이지요. 당신이 계셨더라면 진즉 해주었을텐데… 너무너무 속이 상하고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싶습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당신 눈에 선합니다. 귀에 쟁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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