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1일(토)
오랜만에 펜을 들고 일기장을 펼쳐보았습니다. 4월25일 49재 지낸 뒤 나주-영암-목포-도갑사-광조 이렇게 쏘다니며 당신을 잊으려 노력했었습니다. 하지만 잊을 수가 없는 걸 어떻합니까?
남들이 보면 욕하겠지요. 그만큼 살고도 이런다구요, 그래서 남 앞에 나서면 애써 감추려고 노력도 한답니다. 노력 할수록 눈물은 더 나오려고 하고 서글퍼집니다. 여보, 이런 나를 두고 어떻게 가셨습니까? 어떻게 눈을 감으셨습니까?
날이 갈수록 당신 생각 더해갑니다.
무슨 재미로 무슨 락으로 제 생을 마쳐야 합니까?
제 임무 끝나는 대로 당신곁으로 데려가 주십시요. 만날 수 있을까요? 영원히 평행선을 이룰까요? 여보, 여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과거, 꽃피는 계절, 어디를 가봐도 당신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당신과 내가 만나 또 이렇게 헤어져야 하며 이렇게 괴로워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는지 전생의 업보에 의해 이렇게 되었는지, 알수가 없구려.
날이 갈수록 제 모습이 초라해 보입니다. 당신보다 내가 더 불쌍한 것 같습니다. 그 팔팔하던 모습이 떠 오를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합니다.
정신이 멍 해집니다. 여보, 여보 절 데려가 주세요. 당신 곁으로 가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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