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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i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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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질식사고를 예방하려면
강태선 (산업안전감독관)
 
엊그제(2009. 12. 4) 충주의 한 찜질방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또 발생했다. 변을 당한 분들이 부부라니 그 안타까움이 더하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공간에서의 사고라 충격도 크다. 찜질방을 찾는 발걸음이 당분간 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늘 그렇듯 이번 사건도 처음이 아니다. 언론은 사건만을 담담히 보도하거나 관련 안전기준이 없음을 지적했다. 지자체 관계자도 기준이 없어서 그런 것까지는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이번 사건 또한 얼마의 시간만 지나면 잊혀질 것이고 또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것이다.
 
보도를 보니 전과 다르게 구체적으로 일산화탄소(CO) 중독이라고 나온다. 혈액 중 CO-hemoglobin을 측정한 모양이다. CO-hemoglobin이란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 중 헤모글로빈에 산소대신 일산화탄소란 놈이 달라 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사람의 혈액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헤모글로빈이 나오며 이것으로 일산화탄소 중독을 진단한다. '일산화탄소=연탄가스' 등식이 성립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연탄가스외에도 일산화탄소는 우리 주변에 여전히 흔하다. 모든 유기물은 탈 때 일산화탄소를 낸다. 특히 불완전하게 연소되는 경우 연소가스 중 일산화탄소의 비율이 높아진다. 숯을 만드는 과정이 대표적인 불완전연소이다. 사고가 발생한 충주의 찜질방은 요즘 성업중인 참숯가마 찜질방이라고 한다.
 
지자체 관계자나 언론에서 말한 대로 찜질방에서의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관련법이 과연 없을까? 없지 않다. '숯가마찜질방'은 '땀을 낼 수 있는 시설 및 설비 등의 서비스'로 분류할 수 있고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적용을 검토할 만하다.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에서는 연면적 1,000 제곱미터 이상의 찜질방(법에는 '땀을 낼 수 있는 시설 및 설비 등의 서비스'로 기재)에서는 실내공기중 일산화탄소 농도를 10ppm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신축하는 다중이용시설은 표에 있는 필요환기량을 충족해야 한다.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별표 1의4>
 
 
다른 법도 있다. 건축법의 한 시행규칙인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는 신축하는 연면적 1,000 제곱미터 이상의 찜질방은 '기계환기설비를 설치하여야 하는 다중이용시설'로 분류하였고 그 필요환기량을 25㎥/인·h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즉 신축하는 동 면적이상의 찜질방에는 기계환기설비를 해야하고 그 환기수준은 매 시간 당 최소 (찜질방 손님 수×25)㎥ 만큼의 새로운 공기가 찜질방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숯가마 찜질방'은 황토와 돌 등으로 만든 대형 가마 속에서 참나무를 고온으로 태워 숯을 만들고 그 부산물로 목초액을 생산하는 제조시설을 찜질방 겸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최근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2009. 9월 현재 393개(환경부 자료)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9월 초 경기도에서는 특별사법경찰관을 동원하여 이러한 숯가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진행한 바 있다. 단속은 숯가마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탄화시설'로 분류될 수 있는데 배출시설 신고와 배출물질 정화 등에 관한 사항을 준수하고 있는 지에 관한 사항이었다. 경기도는 총 57개소를 단속하여 배출시설 미신고 등 위법 사실이 드러난 22개 업체에 대하여 검찰 송치 또는 과태료 처분했다. 경기도의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도는 대기오염은 물론 이용객들의 가스중독 또는 화상 등 재해를 예방할 목적으로 기획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경기도의 선도적인 행정이 돋보인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취지는 좋았으되 이번 단속으로 이용객들의 가스중독재해가 예방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관련 단속은 '탄화시설'의 배출시설에 관한 것이었을 뿐 이용객의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찾아보기 힘들다. 관련 법인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의 적용 및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단속의 취지대로라면 점검을 하면서 숯가마찜질방의 실내의 일산화탄소라도 측정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대기환경보전법만을 적용한 결과로 숯가마찜질방이 배출시설 중 공기정화장치를 강화한다면 배출물은 안전해질른지 몰라도 실내오염은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대기오염방지라는 한 쪽 만으로의 규제가 오히려 다른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속은 저탄소정책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사실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굴뚝 배출물의 저탄소보다는 실내공기질의 저탄소화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경부 등은 숯가마찜질방에 대한 위 언급한 기존 관련 법 적용에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정비를 해야할 것이다. 지자체도 관련 법을 광범위하게 검토하여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단속을 해야 한다. 사실 법이나 단속 보다는 숯가마찜질방을 운영하는 업자들의 경각심이 먼저 필요하다. 모든 가스에 의한 질식사고는 '밀폐'에서 비롯된다. '열 보존'에만 집중하지 말고 '밀폐'하면 사람이 죽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건축법에 정한 필요환기량을 감안한 주기적인 환기가 필수다. 불안하다면 직접 가스농도를 측정하는 것도 좋다. 측정기기는 1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측정할 수 있다. 요즘 같이 밀폐가 심한 겨울철이나 이용객이 많은 때를 택해 찜질방 곳곳의 일산화탄소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좋다. 2005년 홍천에서 같은 형태의 찜질방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고 2007년 법원은 숯가마찜질방 주인에게 2억 6천만원의 손해배상 지급을 판결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숯가마는 사장님의 마음마저 숯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한 환기나 일산화탄소 측정을 하면서 동시에 이것을 홍보하는 것. '우리업소는 실내공기질 기준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또는 '일산화탄소 항시 모니터링 중' 등으로 말이다. 찜질방도 이젠 '안전'이 품질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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