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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로 음식쓰레기 고민 뚝"

[스포츠한국 2004-11-16 09:12]


“아파트에서 웬 지렁이를 키우냐구요? 처음에는 징그러워서 엄두도 안 났지만 이제는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외출하면 생각나는 귀여운 녀석이 됐어요.”서울 서초3동 한신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송희(59)씨는 동네에서 ‘지렁이 엄마’로 통한다.
“내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바로 매립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쓰레기 대란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이씨가 지렁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올 4월. 동사무소에서 주부 인터넷교실을 수강하던 중 지렁이를 키워보라는 직원의 권유를 받고 “다른 데 가서 알아봐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지렁이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는 방법을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에서 보급하고 있는데 한국불교환경교육원도 지렁이 가정 분양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씨는 끈질긴 설득을 이기지 못해 지렁이 화분 2개를 들여 놓았다.
“꾸물꾸물 하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같이 담아서 내놓는 게 늘 마음에 걸렸지요. 사흘에 한 번씩 남은 밥과 국수, 오이, 과일, 감자, 수박껍질 등을 섞어서 화분에 넣었어요. 작게 조각 낸 음식 찌꺼기를 화분 한쪽 흙을 파내고 집어넣은 후 덮어주면 며칠만에 찌꺼기는 없어집니다.
1주일에 종량제 한 봉투 가득차던 쓰레기가 10분의 1 이상 줄었지요.” 이씨는 처음에 6, 7마리를 분양받아 베란다에서 키웠는데 지금은 200여 마리가 넘는다.
신기하게도 쓰레기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파리가 끓지도 않는다.
화분 밖으로 기어나오지도 않았다.
지렁이로 음식물 쓰레기를 냄새 안 나는 퇴비로 만드는 운동은 독일에서는 보편화되다시피 했다.
변화는 이뿐이 아니었다.
집안 곳곳에 놓아둔 화초가 눈에 띄게 싱싱해졌다.
이씨는 “지렁이가 쓰레기 등을 먹고 내놓는 분변토(똥) 때문”이라며 “분변토 퇴비를 화초 흙에 조금씩 뿌려주면 얼마 안 가서 잎사귀가 파릇파릇하게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손자들 환경 교육 효과도 건졌다.
“처음에는 울면서 달아나던 아이들이 요즘엔 먹다 남은 우유도 부어주고 합니다.
키우는 취지를 설명해 주니까 반찬도 남기지 않고 편식하는 습관도 없어졌어요.”이씨는 두 달 전 포도껍질을 준 뒤 몇 마리가 죽자 속이 상해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한다.
잔류 농약 때문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지렁이도 한 식구나 다름없다고 느껴집니다.
매일 들여다보고 먹이를 주면서 저도 모르게 지렁이와 친해지고 혐오감도 없어졌어요. 생명체는 다 똑 같은 것 같아요. 성의 없게 대하면 지렁이도 바짝 마르고 윤기가 없어지지만 사랑을 담아 열심히 물 주고 먹이 주면 윤기가 짜르르 흐르고 통통해집니다.
녀석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져요.”문의 한국불교환경교육원 (02)587_8997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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