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 이것이 궁금합니다.
<사실 관계>
질문 1.
서울대 법인화 법안은 어떤 절차를 거쳐 만들어졌나요? 찬성론의 요지와 법안의 골자는 무엇입니까? 이제 서울대는 사립대가 되는 건가요?
=> 법안은 국무회의가 2009년 12월 8일에 정부입법안(C)으로 확정하여 국회에 제출한 것이지만, 서울대가 원안(A)을 2009년 7월에 만들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하고 교과부가 이를 수정하여 입법예고(B)했습니다. 서울대 본부는 C안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2009년 12월 말에 국회에 수정안(D)을 제출했습니다.
애초 A안은 내부자 중심의 지배구조와 재정지원에 관한 조항이 들어있어 찬성론자들이 원하는 자율성의 제고와 재정 확보를 상당한 수준에서 보장했습니다. 그러나 A안이 B안에서 C안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지배구조는 외부자 위주로 바뀌고 정부의 통제는 더 강화되고 재정보장책도 확실치 않아 대학본부는 D안을 제출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2010년 12월 8일 국회는 C안을 원안 그대로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서울대가 법인화된다고 하여 일반 사립대와 똑같은 존재가 되지는 않습니다. 국가가 여전히 학교의 주인이라는 점에서 일반 사립대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이사회가 대학의 주인이 됨으로써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는 사립대와 유사한 위치에 놓입니다. 교직원은 법인의 피고용인이 되고 학생은 교육이라는 상품의 소비자가 됩니다. 실제로 앞으로 교직원은 공무원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이관되고, 많은 부분에서 ‘민법’과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질문 2.
법인화는 서울대가 자청해서 입법을 청원해온 것으로 아는데 반대하시는 쪽에서는 입법청원시 의견 반영을 위해 어떻게 하셨는지요?
=> 반대하는 의견은 제대로 수렴된 적이 없습니다. 대학본부가 A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반영하려는 진지한 노력은 아예 없었고, 법인화의 구체적 내용이 2009년 7월까지도 비밀에 붙여졌기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었습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법인화는 찬성하지만 본부와는 다른 법인화안을 만들어 책자로도 발행했지만, 이마저도 대학본부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반대 측에서는 2009년 여름부터 대응하여 성명서나 토론회를 통해 반대의견을 개진했으나 본부에서는 무시하였습니다. 본부는 각 단과대학을 돌면서 공청회를 개최 하였지만, 자신들의 법인화법안을 홍보하는 자리에 불과했고, 교수들의 반대 의견을 수렴하려는 진지한 자세는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대학의 자율성과 재정확보와 관련된 핵심적 사안에 대한 교수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교과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대외비 사항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서울대 내에서 법인화 입법이 공식화된 것은 대의기구의 지위를 가진 대학평의원회에서의 의결을 통해서입니다. 교수들의 대표를 중심으로 구성된 평의원회에서 법인화를 찬성하는 의결을 했습니다. 이 의결은 법인화 추진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었고, 이것이 본부 측에서 법인화안이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물어서 결정된 것이라고 홍보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의 대학평의원회는 대의기구로서의 실질적 자격과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기구입니다. 50여명 정도로 구성된 평의원회는 대부분 각 단과대학의 고참 교수들이 차지하고 있고, 평의원들의 선출마저도 결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평의원회의 의결이 현재 서울대의 제도와 규정에 의한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도덕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의 정당성은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 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 1월 법인화에 반대하는 학내 구성원들이 서울대 법인화반대 공대위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질문 3.
선진국의 대학 중에서 법인화하여 성공한 곳도 있지 않나요? 미국과 일본의 국립대는 모두 법인이라 들었는데, 그 곳과 서울대는 어떤 환경 차이가 있습니까?
=> 대학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각국의 국가형성과정을 반영합니다. 유럽과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에는 아예 사립대학이란 개념 자체가 없기에 대학이 법인인 경우 기본적으로 ‘공익형 재단’의 성격을 갖습니다. 미국에는 국립대학이 없고 모든 대학이 형태가 다르지만 법인입니다. 4천개에 달하는 대학이 모두 법인이지만 교육과 연구 능력에서 천차만별임은 오로지 ‘법인’이라는 대학지배구조가 대학발전의 관건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또한, 미국의 대학이 모두 법인인 것은 미국의 고등교육이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발전해 왔다는 역사적 과정과 관계가 깊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미국의 고등교육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국가의 역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에서 public university인 주립대학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때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이고, 실제로 이 과정 속에서 많은 사립대학들이 주립으로 전환하기도 하였습니다. 뉴욕주립대학인 SUNY-Buffalo나 뉴저지주립대학인 Rutgers대학 등이 이러한 과정에서 주립대학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즉,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하여온 미국의 대학교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미국의 대학들이 법인이냐 아니냐 라는 식의 평면적 이해보다는 국가가 공공성의 가치를 고등교육에서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가라는 부분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2004년에 모든 국립대학이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법인화되었는데, 대학의 성격이 미국의 그것과 달라 법인화된 이후에도 총장직선제가 그대로 살아있고 이사회가 내부자 중심입니다. 아마 법인화의 다른 성공 사례로 싱가포르 국립대학을 드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학부생들의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력이 매우 떨어지는 대학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이 되면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아시아의 가장 우수한 연구대학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2005년에는 법인으로 전환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성공을 법인화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사례를 서울대에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싱가포르라는 도시국가의 유일한 종합대학이기 때문에, 대학의 학문과 교육의 발전을 위한 국가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는 여건에 놓여 있습니다. 따라서 싱가포르 정부가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엄청난 재정 지원을 해 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는 여러 국립대학들 중의 하나로 간주되기 때문에, 서울대에만 국가가 모든 지원을 몰아주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양자의 차이는 교수사회의 권력구조에서 나타납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교수정년이 55세였고, 이것이 대학의 구조조정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젊고 열정 넘치는 교수들이 대학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면서, 이미 법인화 이전에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교육과 연구수준은 세계적 수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법인화로 인해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경쟁력이 향상된 것이 아니라, 대학 내 교수사회의 권력구조의 변화와 그로 인한 건전한 지식공동체의 생성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의 차이 외에도 영어권 국가로서 싱가포르가 가지는 문화적 경쟁력 등도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세계화와 경쟁력 향상에 매우 중요한 조건이었습니다. 따라서 법인화가 경쟁력 향상의 원인이었다고 보는 것은 껍질만 보는 태도입니다.
질문 4.
법인화되면 서울대는 다른 사립대하고 같아지나요? 시간강사 등 비정규 교수들 처우가 개선되고 학생들은 학비 부담을 덜게 되는지요?
=> 서울대가 법인화되면 국립대로서의 정체성은 매우 약해집니다. 처우개선이나 등록금 문제는 학교의 재정능력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법인화를 한다고 하여 국가의 재정지원이 당장에 약화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교직원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사실상 등록금 인상 이외에는 확실한 방도가 없습니다. 재정확보로는 국고지원, 기성회회계, 연구비, 기부금, 수익사업이 있는데, 기성회회계를 제외하고 획기적으로 재원을 늘릴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질문 5.
서울대 법인화는 이명박정부에서 통과되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꾸준히 추진되었는데, 어차피 '법인화'라고 하는 대세는 거스를 수 없지 않나요? 통과된 법안에 일부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면 되는 것이지, 법인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나요?
=> 법인화가 대세라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본 국립대는 법인화되었지만, 대만은 결국 법인화를 포기했고 중국은 대학개혁이 있었지만 미국대학 식의 지배구조를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은 일부가 법인화되었지만 그것은 별도의 공익형 법인입니다. 문제는 법인화를 하는 정부당국의 의도입니다. 전 세계에서 사립대학의 비중이 가장 높고 고등교육의 재원 가운데 국고의 비중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고(GDP 대비 0.5%), 등록금의 액수가 미국 다음이고 GDP 대비로는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서 법인화는 대학경쟁력을 키우기는커녕 서울대가 60여년에 거쳐 쌓아온 교육 및 연구역량을 오히려 약화시킬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중등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평준화가 우선이냐, 수월성이 우선이냐를 놓고 정치세력과 사회주체들이 많은 논쟁을 해 왔지만, 고등교육의 방향성과 가치에 대해서는 한번도 사회적·정치적 논쟁이 진지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교육은 오로지 학생들을 대학에 입학시키는 문제로만 생각해 오다 보니, 입학 이후의 대학 교육이, 그리고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문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고, 어떠한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정치세력과 사회주체들이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법인화가 대세라는 믿음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 진 것입니다. 사회·정치적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과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세력들이 신자유주의적 믿음을 바탕으로 법인화만이 살 길이라는 담론을 만들어내고 유포시킨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대학교수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권위주의와 보신주의에 물든 교수들을 기득권 세력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정서를 법인화 논리가 잘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교수집단의 부정적인 모습은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법인화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질문 6.
이 문제와 관련하여 서울대의 3대 주체인 교수, 교직원, 학생들의 여론은 어떻습니까?
=> 교수 집단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법인화는 찬성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인화법안에는 반대하는 측(교수협의회가 대표함), 통과된 법인화법에 찬성하는 측(대학본부가 대표함), 법인화 자체를 반대하는 측(공대위가 대표함). 하지만 교수들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기에 분포를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교직원은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60% 정도가, 학생들은 80% 정도가 반대합니다. 사실 법인화와 관련한 논의는 잘 진행되었더라면 서울대 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입니다. 서울대가 건교 60돌을 맞아 자기점검을 통해 발전의 방향과 계기를 모색하여 학내 구성원 사이에 합의를 만들어 갔더라면 새로운 60년을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부는 법인화라는 답안을 미리 만들어 놓고 그런 논의과정 자체를 봉쇄했습니다.
<자율성 문제>
질문 7.
법인이 되면 의사결정의 최고기구는 이사회일 텐데, 법인화 이전의 학교운영 주체들이 모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나요?
=>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국립대라는 것은 사단적 성격을 갖기 마련이어서 대학 자치를 보듬는 장치가 부족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그 구성원들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인화가 되면 재단적 성격을 갖게 되어 제도적 장치가 갖춰지지 않으면 구성원들이 학교운영에 참여할 기회는 제한적입니다. 이번의 ‘서울대 법인화법’에는 학생의 참여를 위한 규정은 아예 없고, 교직원의 경우도 주변적입니다. 이는 결국 정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일본은 법인화를 했습니다만 총장직선제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질문 8.
지금처럼 교수만 총장 선출에 투표권을 갖고 교직원, 학생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직선제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서울대가 법인화되면 총장선출은 누가 하게 되나요? 이사회가 교수, 교직원, 학생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능력있는 총장을 선임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요?
=> 현행의 총장직선제에는 교수만이 아니고 직원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만, 대표성이 낮습니다. 학생은 배제되고 있고요. ‘서울대 법인화법’에는 ‘총장은 총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이사회가 선출하여 교과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제7조 1항)고 되어 있습니다. 총장직선제를 얼마든지 살릴 수 있는 규정입니다. 이사회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가장 잘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총장직선제입니다. 이사회의 권한과 총장직선제를 잘 결합시키는 방안 역시 정관을 만들면서 해결하여야 할 문제입니다.
질문 9.
법인화를 하면 국가공무원에 관련한 법령에 얽매이지 않고, 조직의 구성, 운영 등에 있어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애초 찬성론자들이 법인화를 하면 대학의 자율성이 커진다고 했을 때, 그 핵심적인 내용은 총장이 직원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점에서 행정의 유연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율성은 철저하게 대학의 구성원과는 무관한 총장의 자율성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이사회에 교과부차관과 기재부차관이 들어오고 모든 중요한 사항에 대해 교과부장관이 승인 및 추천권을 갖고 있고 또 대학운영에 대한 평가를 매년 하는 상황에서 예컨대 사무국장을 과연 총장이 마음대로 인사할 수 있을는지, 그리고 예산편성권이라는 것이 참으로 자율적으로 행해질 수 있을는지 의문입니다.
대학의 운영과 조직구성 등에서의 자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는 법인화 반대 측에서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율성의 증진이 법인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고등교육법’의 개정을 통해 국립대학이 예산집행, 운영, 조직구성 등에서 자율성을 가지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현재 개별 사업별로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 방식에서 포괄적 재정지원 방식으로만 바뀌어도 서울대의 자율성은 급격히 높아질 수 있고, 이를 통해 같은 재원으로 훨씬 효율적인 배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교과부나 관련 정부 부처가 자신들의 대학 지배력을 잃지 않기 위해 포괄적 재정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질문 10.
서울대가 법인으로 바뀌면 교육과 연구의 자율성이 높아지는 거 아닌가요? 특히 경쟁 체제의 도입과 업적주의에 따른 보상이 더욱 필요하지 않습니까?
=> 법인화의 핵심은 대학지배구조의 변경에 있기에 그것과 교육 및 연구의 자율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법인화로 대학에 대한 자본과 기업의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교육 및 학문의 자율성이 침해받을 여지는 그만큼 커집니다. 대학이 기업과 국가의 도움도 받고 또 국가와 기업의 발전에 기여해야 합니다만, 그것들과 다른 존재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최근의 연구는 경쟁체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효율성을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내게 마련임을 보입니다. 대학은 ‘철밥통’이기는커녕 이미 경쟁이 너무 많은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경쟁의 긍정적 측면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과 업적주의에 따른 보상은 교수를 긴장하게 만들고 학문과 교육활동에 대한 동기유발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은 효율성을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시장적 방식의 경쟁을 통해 학문과 교육의 상품화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법인화로 인해 교수, 학생, 교직원들이 학문과 교육 활동의 질적 향상을 위한 경쟁보다는 각종 재원을 끌어오기 위한 정치적 로비의 경쟁에 내몰릴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일본의 법인화 사례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법인화 이후 일본의 대학 교수들은 연구 활동보다 각종 보고서 및 서류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다는 보고가 있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대학 사회에서 경쟁이 높아지는 것을 절대로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만, 동시에 어떠한 경쟁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과연 법인화가 우리 대학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혁할 ‘건강한 경쟁’을 촉진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에 이미 우리 대학사회를 좀 먹었던 부정적인 모습의 경쟁을 더욱 더 강화할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공공성 문제>
질문 11.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것은 그동안 서울대가 누렸던 기득권이 흔들리는 것을 우려해서는 아닌가요? 날치기 통과된 법안을 폐지하는 것이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적 공정성에 대한 무력감과 자포자기를 극복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 높은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질 높은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고등교육의 기회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은 공정한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국민적 합의이며 공감대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질 높은 대학 교육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는 사회적 무력감과 자포자기가 서울대 법인화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로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이 무력감은 특히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사회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방기가 매우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재정의 기여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이 부분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는 고등교육의 사회적 공공성은 실현되기 힘들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의 비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기에, 국립대학은 교육의 공공성을 지켜주는 버팀목입니다. 그것은 양질의 고등교육을 모두에게 제공하여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고 공평한 사회의 초석을 놓습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 국립대학의 등록금은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화란 사실상 국가가 고등교육을 방기하고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근저로부터 무너뜨릴 것입니다.
질문 12.
산학협동 등 기업이 대학운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대학재정은 물론 산학협력도 강화되고, 국가 경제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 물론 기업은 대학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대학 역시 기업의 발전에도 기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우리의 대학에는 산학협동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학의 독자성이 유지되는 한에서만 허용되어야 할 일입니다. 대학의 존재이유는 근본적으로 학문의 교육과 연구를 통해 한 사회의 자기성찰능력을 함양하는데 있습니다. 지성은 자본이나 권력과 마찬가지로 고유한 존재영역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성찰력이 발휘될 때 미연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이는 우회적이지만 기업 못지않게 확실한 방식으로 사회 및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국제경쟁력 문제>
질문 13.
서울대가 국내 1위이지만, 세계 대학순위에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데, 법인화나 뭔가 큰 변화가 있어야 서울대의 세계화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 먼저 대학의 순위가 기만적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른바 100위 안에 독일이나 프랑스의 대학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이 두 나라의 학문이 세계적인 경쟁력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사실 서울대가 40위권이라고 하는데, 주어지는 재정에 비한다면 그렇게 나쁜 성적도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서울대가 행복한 상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건교 60돌을 지나면서 21세기에 걸맞은 발전의 새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법인화가 유일한 대안인지는 명확치 않습니다.
대학의 경쟁력은 해외 학술지 출판 논문 편수, 노벨상 개수, 대학의 연구비 수주 액수 등과 같은 지표로 쉽사리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정량적 수치보다도 어떤 대학에서, 혹은 어떤 국가의 대학 사회에서, 건전한 “지식공동체”와 “지식생태계”가 살아있는지, 그 지식공동체가 얼마나 역동적인지와 같은 정성적인 요소가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하는데 훨씬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얼마 전 여러 언론에서 지적되었듯이, 현재 서울대의 “지식공동체”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식공동체의 복원이 법인화를 통해 가능할까요? 앞서 지적하였듯이, 법인화는 서울대의 교수, 학생, 교직원들을 정치적 로비의 경쟁으로 강하게 내몰아, 지식공동체의 말살을 더욱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질문 14.
서울대 법인화를 지지하는 주된 주장은 대학 경쟁력 강화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의 경쟁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로 계산되고 있는지 또 어떤 지표들이 고려되어야 하는지요? (대학의 경쟁력이 교수들의 연구 성과나 실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오히려 교육의 수준과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교수들의 연구 성과나 실적 이외에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교육의 질과 대학생활 만족도, 대학생들의 사회적 기여와 봉사 등도 수준 높은 명문대학의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대학의 경쟁력이란 과연 그 대학이 건전한 “지식공동체”와 “지식생태계”를 바탕으로 학문을 재생산할 수 있는 역량과 토대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서울대와 한국의 대학 사회는 그간 교육 및 연구 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만, 자생적 기반을 아직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수와 학부생은 우수합니다만, 중간허리, 곧 대학원이 부실합니다. 그러기에 특히 미국대학에 학문적으로 종속되어 있습니다. 독자적인 축적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독일이나 프랑스가 100위권 대학이 거의 없으면서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독자적인 학문세계를 꾸리고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는 결국 학문이 한 대학의 차원에서 이룩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웅변합니다. 그러기에 서울대의 법인화는 국립대학체계 전반을 보지 못하고 특권의식과 이기주의에 함몰된 단견인 것입니다.
질문 15.
법인화를 하면 더 이상 공무원 조직이 아니라 공기업처럼 되는 것일 텐데요, 그러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공무원 조직의 비효율성, 관료적 폐해 등이 개선되는 건 아닐까요?
=> 흔히 현재 서울대의 교육행정이 비효율적이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법인화 찬성론자들은 이것을 경직된 국립대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직교수의 수가 너무 많아, 직원들의 교육행정의 전문화를 막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바꿔 말하면, 교수들의 보직 선호가 학문의 발전을 억제하고 대학의 자치를 보듬어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서울대 교육행정조직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재정 및 조직 문제>
질문 16.
서울대가 법인화되면 교수님들의 신분은 어떻게 변경되나요? 교수님들의 연봉은 명문 사립대와 비슷해지나요?
=> 교수들의 경우, 법인화되면 ‘5년간 공무원 신분을 보유하나’ 그 이후에는 법인의 피고용인이 됩니다. 연금은 법인화가 된 이후 20년까지는 ‘공무원연금법’의, 이후에는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법인화된 이후에 신규 채용되는 교·직원은 모두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직원의 경우 공무원은 법인화의 시점에서 서울대의 직원으로 임용될 것을 희망하면 공무원에서 퇴직하고 법인의 직원이 되고, 기성회직은 법인화와 더불어 퇴직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고용승계가 되면 신규 채용되는 셈입니다. 많은 교수들이 법인화되면 봉급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나 서울대의 재정구조로 보아 등록금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명문 사립대 수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질문 17.
한국은 OECD 국가 중 대학재정에서 정부지원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모든 국립대학이 법인화된다면 정부지원 비율이 더 낮아지는 것은 아닌지요? 그렇다면 대학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어디서 어떻게 확보될 수 있습니까?
=> 대학재정에서 정부지원 비율은 OECD 국가의 평균이 GDP 대비 1.0%이나 우리나라는 0.5%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정부지원의 여력이 충분한 편입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그런 투자를 기피하고 국립대의 법인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40개에 달하는 모든 국립대학이 법인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법인화하여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기는 대학은 기껏 몇 개에 불과합니다.
연구비, 기부금, 수익사업의 수익금 등이 획기적으로 늘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지원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사실 등록금 이외에 재원 확보의 뾰족한 방안은 없습니다.
질문 18.
서울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타 국립대에 비해 월등했던 것으로 아는데 법인화 반대는 국가 지원이라는 바람막이가 없어지리라는 불안감 때문이 아닌지요?
=> 다른 국립대에 비해 서울대가 우월적인 지위에서 국가의 지원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국립대학체계 전반의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이 부분은 고쳐질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 뿐 아니라, 여러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의 균형있는 성장과 발전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국가의 지원 그 자체는 더욱 더 늘어나야 합니다. 고등교육을 발전시키는 것은 일부 특권층 자녀에 대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화는 서울대의 우월적 지위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서울대에서 법인화 추진론자들은 내심 법인화하면 정부의 재정적 특혜가 주어지리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을 보면 법인화 이전과 이후에 재정지원 면에서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법인화된다고 하여 재정지원의 어떤 두드러진 추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질문 19.
서울대 등록금 수준이 일반 사립대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 현재 서울대의 등록금은 단과대학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대략 명문 사립대에 비해 2/3정도 됩니다. 그러나 지방 국립대에 비하면 이미 연 200만원정도 많습니다. 올해 서울대는 등록금을 동결시켰지만, 법인이 되면 장기적으로 등록금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는 사립대가 등록금을 올리는 것을 용이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학재단은 서울대 법인화의 간접적인 수혜자입니다. 이것이 우리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해쳐 기회균등이라는 최소한의 공평성을 무너뜨릴 것이 너무도 자명합니다.
질문 20.
법인화가 되면 재정을 확보하는데 좀 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것입니다. 당장에 학내의 여러 편의시설에 대한 임대료가 인상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교수와 특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수익사업에도 열을 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이 수익사업에서 몫돈을 마련한 예는 미국에서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방안들은 대학에 이렇다 할 수익은 가져다주지 못하면서도 대학을 기업화하는 데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고등교육과 대안>
질문 21.
서울대가 법인화되면 전국의 모든 국립대학이 곧 법인화의 길로 들어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법인화의 구체적인 추진 내용에서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학 간에 차별이 발생할 소지는 없는지요?
=> 정부는 ‘선택적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고 그나마 여건이 낫다는 9개 거점대학 가운데 많아야 4개 정도가 추진을 시도할 것입니다. 이는 당장에는 해당 대학에 엄청난 갈등을 부를 것입니다. 국고지원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법인화 대학이 좀 더 많은 지원을 받으면 나머지 국립대학들은 파국을 맞이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법인화 대학들은 역시 등록금을 올리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을 것입니다. 서울대가 시장구조에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지도 미지수지만, 지방 국립대는 참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질문 22.
미국과 일본의 교육 체제가 한국이 지향해야 할 유일한 모범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유럽의 대학들 중 우리가 따라 배울만한 모범적 모형은 없는지요?
=> 미국에서는 모든 대학이 다 법인이사회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지만 우리의 사립대와 같은 특정인의 소유물로 간주되는 천박한 대학관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예컨대 인디애나 주의 퍼듀 대학처럼 오히려 주가 재정난에 처한 사립대학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일본은 2004년에 모든 국립대를 법인화했습니다만, 대학의 지배구조는 굳건하게 내부자 중심입니다.
유럽에는 사립대학이란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법인이라고 하더라도 독일의 괴팅겐 대학처럼 기본적으로 ‘공익형 재단’입니다. 영국을 제외하고는 최근 등록금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지만 그 액수가 일 년에 기껏 몇 십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괴팅겐대학을 중심으로 주정부의 직접적 관할에서 벗어나서 대학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주정부의 재정적 지원 보장 등 국립대학의 지위를 유지하는 공법상의 재단대학 형태로 전환하는 사례’를 모범적 모형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질문 23.
법인화를 반대한다면 그 대안으로 현재의 서울대법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현재 체제에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등에는 어떤 대안이 있습니까?
=> 서울대 법인화가 폐기된다면, 서울대가 이전의 ‘설치령 체제’로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른 국립대학, 특히 유수한 거점 국립대와의 연계를 통해 국립대학체제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공동입시안을 꾸려 사교육비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대학원의 강화를 통해 지식공동체의 재건을 꾀해야 할 것입니다. 보직의 수를 과감히 줄여 ‘연구대학’에 걸맞은 면모를 갖춰야 합니다.
더 근본적으로 학문의 독자적 재생산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교수충원에서 자충율을 대폭 낮추고 다양한 통로를 마련하여 학풍을 일신해야 합니다. 서울대는 철저한 자기혁신의 기반 위에서 국민에게 대학발전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요청해야 할 것입니다.
질문 24.
서울대 법인화에 문제가 많다면 왜 서울대 교수님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지 않습니까?
=> 대학은 일반 사회와 다릅니다. 사회는 언제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곳이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파열음이 들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학은 교육과 연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이 주요활동이기에 여기서는 갈등이 표출되지 않습니다. 대학에 자치를 위한 소통구조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울대 내부에서 대의기구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대학평의원회가 있습니다만, 대학본부에 사실상 예속되어 있습니다. 모든 교수가 회원으로 들어와 있는 교수협의회가 임의기구로서 있습니다만, 법인화 자체는 반대하지 않고 다만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서울대 교수들이 대체적으로 우리 고등교육 전반이나 다른 국립대학의 실상을 고민하지 않은 채 내 알 바가 아니라는 이기적인 태도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국립대학의 정체성을 급속하게 상실해가고 있음도 또 다른 요인입니다.
질문 25.
서울대 동문들이 법인화 반대운동에 어떤 지원활동을 하면 도움이 될까요?
=> ‘대학 문제’하면 주로 입시나 취업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추세인 듯 보입니다. 법인화가 대학의 기업화, 기초학문의 약화, 지방 국립대의 고사, 노동유연화, 등록금의 인상, 교육공공성의 약화 등을 초래할 것이 거의 명백합니다만, 그래도 그것이 우리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면 그 나름의 정당성을 가질 것입니다. 과연 그러한지 본질적인 문제에 바싹 다가가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 일반에 서울대문제의 본질을 알리는 작업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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