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Title](https://tistory1.daumcdn.net/tistory/106921/skin/images/icon_post_title.gif)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장 상 환(진보정치연구소장,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2006-02-12
민주노동당은 현재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해 10.26 재선거 결과 울산 북구에서는 조승수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잃어버린 의석을 되찾지 못했고, 경기도 광주시와 부천시, 대구 동구을에서는 2-4%라는 초라한 득표를 했다. 당 지지도도 2004년 총선 당시의 13.1%에서 2004년 8월 18%대까지 올라갔다가 점차 하락하여 2005년 11월 7-8%로 내려갔다.
최근 지지도도 낮다.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TNS와 함께 지난 2월 7일 실시한 격주 정기여론조사에 의하면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34.7%), 열린우리당(20.3%), 민주노동당(8.8%), 민주당(4.7%) 순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5월말의 지방선거 전망도 비관적이다.
그리고 2006년 1-2월에 걸친 당직선거를 통하여 새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원장, 최고위원 지도부가 구성되었다. 새 지도부는 당이 처하고 있는 주체적 객관적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당을 잘 이끌고 나가야 할 것이다. 당이 처한 상황이 워낙 어려운데 비해서 새로 당직을 맡은 분들이 축적해온 정치적 경험과 그동안의 행적으로 봤을 때,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긴박한 시점에서 앞으로 수개월간 당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당 지지도를 올려놓을 수 있는 실천의 방향을 정립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념을 고집하지 말고, 정파적인 사심을 버리면 사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4년 4월 15일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을 하게 되었을 때 국민들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는 높았고, 민주노동당 스스로도 밝은 미래를 보며 사기가 높았다. 그런데 그동안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 그 원인을 분석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과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1. 민주노동당 위기의 원인
2004년 4월 15일 제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을 가져온 요인은 무엇이었나? 민주노동당이 비례대표선거에서의 정당 지지도 13.1% 득표, 지역구 의석 2석과 비례대표 8석, 합께 10석로 의회에 진출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외환위기 이후의 사회경제적 양극화, 1987년 6월 이후 사회단체의 활동 발전, 전후 세대의 사회 주도세력으로의 등장 등의 객관적 요인과 함께 민주노동당의 서민대중 옹호를 위한 정치노선과 합리적 정책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합쳐져서 이러한 성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총선 직후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도는 높아졌다가 꾸준히 하락했다. 한길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총선 전 2004년 3월말에 7%미만이었던 민주노동당의 지지도가 총선을 계기로 올라가서 2004년 7월에는 최고 18%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그 후 몇 차례의 계기를 통해 하락하여 2004년 10월 14.6%, 2005년 3월 10%로 내려왔다가 2005년 11월에는 총선 이전 수준인 7.8%까지 하락했다. 민주노동당 핵심지지층의 당 지지도도 급격히 하락했다.
30대는 9월 24.1% → 10월 16.2% → 11월 10.9%로 내려갔고, 대졸자는 같은 시기에 각각 17.8% → 13.0% → 10.7%로 내려갔으며, 화이트칼라는 각각 21.5% → 12.0% → 11.5%로 하락했다.
이러한 민주노동당 지지도 하락의 원인에 대해서 홍형식 한길 리서치 소장은 민주노총의 도덕성 추락과 서민대변 부족,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실정, 소수정당의 한계와 이에 대한 딴지 걸기 등 주로 민주노동당 외부와 관련된 이유를 든다.
첫째 노동계와 관련된 문제로서는 민주노총이 그동안 노조간부의 부패와 도덕성, 비정규직 이용, 노동귀족 등으로 LG칼텍스 파업 및 귀족노동자 논쟁으로 2004년 8월부터 2005년 1월까지 지지도가 18%대에서 14%대로 떨어졌고, 민주노총 폭력사태 및 기아자동차 채용비리 등으로 2005년 2월부터 10월까지 10-11%로 떨어졌고, 민주노총 강승규 부위원장 비리사건 및 민주노총 지도부 사퇴. 전교조 APEC학습자료 및 교원평가제 관련 연가투쟁 등으로 2005년 11월에 지지도가 7.8%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2005년 11월 조사를 보면 지지도 하락 원인으로 노동계 문제 관련을 가장 많이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실정에 따른 지지도 하락에 민주노동당 지지도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국민들이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노무현 대통령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범 진보개혁세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셋째, 소수정당의 한계로서 국민들은 지난 2년 동안 민주노동당을 지켜 본 결과 민주노동당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끼게 되었고, 보수 언론들도 민주노동당에 불리한 기사를 많이 내서 이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홍형식, “민주노동당 지지도 추이와 지지층 분석”, "위기의 민주노동당, 무엇을 할 것인가", 진보정치연구소 긴급토론회, 2005. 11. 10)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상당 부분 타당하지만 부분적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민주노총의 문제가 바로 민주노동당으로 번져오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과 차별화를 하지 못한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을 넘어서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빈민 서민을 확실하게 대변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지지도가 동반 상승하고 하락하는 현상도 민주노동당이 노무현 대통령 및 열린우리당과의 명확한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졌고,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에 대응해 분배를 말로만 강조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무능을 보였다면 소외 계층은 당연히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야 할 터인데 지지가 한나라당으로 옮겨간 것은 민주노동당이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복지 지출의 감소를 의미하는 8조9천억원의 감세안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선거에서 모두 승리하고 지지도도 40% 대로 올라갔다. 지지도 하락을 외부요인에만 돌리면 민주노동당 스스로는 할 일이 없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 민주노동당 스스로의 요인이 중요하다. 중요한 외부 요인이 없었더라도 민주노동당이 잘한 것이 없으면 지지도는 내려갔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재선거에 참패하고 지지도가 급격하게 하락한 것은 민주노동당 자신의 책임이 크다.
첫째, 총선 후 민주노동당은 기본 정치노선의 면에서 민중들의 민생문제를 소홀히 했다. 새로운 지도부가 2004년 말에 국가보안법 철폐에 올인한 전략은 민주노동당의 지지도 상승에 기여하지 못했다.
결국 열린우리당을 도와준 결과가 되고 말았는데 열린우리당도 이를 적극 추진하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의 지지를 잃었다. 국가보안법 문제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면에서는 중요하지만 대중들의 직접적인 생활상의 이해관계 측면에서는 중요도가 떨어진다. 이러한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의제와 함께 대외관계에 지나치게 기울어진 것도 문제였다.
독도 파병 주장, 북미관계에서 북한의 입장 주로 옹호, 북한 인권 비판 소홀 등도 다수 기층 국민들의 지지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당 조직 운영이 비민주적이었다. 즉 다수 당원의 의사, 지지자들의 의사를 당 운영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1인 7표의 최고위원 선출제도는 정파대립 구조의 단점을 극대화했다. 이 결과 선출된 지도부는 민족해방파 그룹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최고위원의 다수는 사회단체 활동을 주로 해왔을 뿐 당활동 경험이 일천했고, 책임있게 당론을 형성해 실천하지 못했다.
지도부에 대한 당 내외의 비판을 정파적 차원의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잘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지도부는 1년반 동안 당 지지도만 대폭 하락시키고 결국 중도 퇴진하고 말았다.
셋째, 당의 인적 물적 자원을 민중들의 생활상의 문제를 실천하는 핵심 분야에 집중하지 못했다. 당 소속 국회의원 세비 가운데 180만원을 넘는 부분과 의원보좌관 보수중 150만원을 넘는 부분을 당 재정으로 납부했는데 이것이 중요 과제 실천에 쓰이지 못하고 당의 일상조직 운영에 투입되고 말았다.
지역위원회 준비위원회 실무자에게까지 상근비를 지급했다. 반면에 당의 핵심사업이 되어야 할 비정규운동본부에는 인력과 재정이 투입되지 못했다. 재정의 합리적 운용도 실패했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약 10억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회계처리 미비(용도외 사용 1281만원, 보조금 배분기준 위반 372만원)와 중앙당 유급사무원 초과(2080만원)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난 11월 15일 국고보조금을 종전의 금액인 5억2350만원에서 5천여만원을 감액하고 4억6514만원만 지급했다.
2. 민주노동당의 위기 극복방향
민주노동이 혁신해나가야 할 과제를 정치노선, 조직노선, 실천노선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가는데 당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첫째, 전략적 과제의 면에서 민주노동당은 계급적 문제, 즉 민생문제의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당이 현재 실천하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의 객관적 조건에 정확하게 대응하고 있는가, 즉 유권자 내지 지지자들의 요구에 잘 부응하는가를 살펴보면 그렇지 못하다.
국가보안법 문제나 미군기지 문제, 미국의 북한 압박의 문제 등은 그것대로 중요하기는 하지만 민중들의 집중적인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격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민중의 정치의식은 보수적이다. 비판적 사회과학에서는 이를 허위의식이라고 부른다.
홍세화선생은 이를 ‘존재와 의식 간의 괴리’라고 부른다.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법보다는 주먹이 앞선다’는 민중들의 일상생활에서의 경험 탓으로 볼 수 있다. 복지국가를 확충해서 민중의 생활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지만 당장 해결될 수는 없는 먼 장래의 일이다.
법은 먼 것이다. 따라서 당장에 실리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지역정당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도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현재 한국사회의 화두는 양극화 문제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모든 정당이 인정한다. 그러나 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는 차이가 난다. 한나라당은 성장을 통해서 양극화를 완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감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은 빈곤층에 대한 복지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재정 마련을 위해 증세에는 주저하고 있다. 재벌과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는 너무나 느슨하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아주 좋은 정치적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동안 공약해온 정책을 철저히 밀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부유세 도입 등 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증액을 통해 제대로 된 사회보장 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양극화의 주범은 과도한 이윤을 획득하고 있는 국내외 자본이다. 비정규직의 처지가 더욱 어려워진 것은 그동안 노동소득분배율의 악화, 즉 자본의 몫이 점점 더 커진 탓이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전체 취업자 중 피고용자 비율은 61.7%에서 66.0%로 연평균 7.0% 증가했는데 요소비용국민소득 가운데 피용자 보수, 노동자몫의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은 61.9%에서 58.8%로 연평균 5.0% 감소했다. 이보다 더 뚜렷하게 현재 한국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양극화의 실상과 본질을 잘 보여주는 통계는 없다.
민주노동당은 양극화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무주택자, 빈민, 장애인, 여성 등 기층 민중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양극화를 조장하는 재벌과 외국 자본 등 국내외 자본의 횡포를 제어하는 데도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실천을 꾸준히 누적해나갔을 때 민중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른 보수정당에서도 민생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것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지원규모가 극히 미미하다는 한계를 가지거나 다른 정책분야에서는 민중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다른 보수정당을 비판할 때는 종합적인 정책효과를 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른바 개혁세력,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현재의 위기는 연대성과 도덕성의 약화에서 기인한다. 민주노동당도 이것이 부족하면 마찬가지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당은 민주노총 등 대중조직에 대해 도덕성의 유지와 함께 연대성의 확대를 위해 실천해 나가도록 필요한 비판을 하는 등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산별노조 건설에도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원들이 앞장서도록 결의해서 실천해야 한다.
둘째, 대선과 총선에서의 선거공약을 기초로 일상적 활동에서 진보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담보하고 의회활동과 대중운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가장 적합하고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과제를 선택하여 집중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실천방법도 당원의 참여와 대중의 호응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식을 택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대중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면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예컨대 모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지출계획과 이를 위해 소요되는 재원 마련을 위한 세제 개혁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대중운동 조직의 요구를 수용하되 진보적 지식인들을 최대한 참여시켜 현실성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간부 활동가들도 분야별 전문지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의회활동과 민중운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구체적인 문제를 최대한 발굴 조사하여 의회활동의 자료로 뒷받침해야 한다. 예컨대 시도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거나 홍보물을 제작해서 배포하는 등 실천을 할 때는 중앙당에서 마련된 정책자료를 그냥 반복할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대중들의 문제를 당사자들 면접조사 등을 통해 조사해서 발표해야 한다. 그러한 구체적 자료와 내용이 있어야 대중들의 구체적인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지역의 언론에도 보도될 수 있다.
셋째,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경우 필요하면 당원 총투표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일반 국민들도 등록하여 당의 정책상의 쟁점에 대해서 투표할 수 있는 개방적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당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정파가 지도부에 참여해서 다양한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정파등록제를 도입하여 정파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체제를 구축하도록 당직 선출제도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중앙위원회 구성에서 정파명부에 따라 중앙위원 후보를 출마시키고 당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하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당내 선거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정파등록제가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양한 정파가 논의하는 비공식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자리에서 당원들의 요구와 실천의지를 모을 수 있는 지혜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 당권을 잡은 민족해방파 인사들은 논의가 복잡해지면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책임성이 약해진다고 생각하거나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적 의사결정은 형식만이 아니라 실질이 중요하다. 민주적이지 않은, 일부 세력만에 의한 신속한 의사결정은 더욱 나쁜 결과만을 가져올 수 있다. 당대표 선거에서 조승수 후보를 지지한 50%에 가까운 당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그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 안이한 방식으로 당을 이끌고 가면 당권파들은 빠른 시기에 당 내외로부터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당 게시판에서 표출되는 당에 대한 다양한 불만들은 당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표현이다. 이에 대해서 당직자들은 불편하다거나 야속하다고 생각하는 좁은 마음을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앞장서서 그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실천내용들을 제시하고 불만을 표시한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포용과 통합의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확립과 관련하여 노동부문과 농민부문에 대의원과 중앙의원의 28%, 14%를 할당하는 현재의 부문할당제는 민주노총과 전농이 과다 대표된다는 문제가 있다. 민주노총의 적극적 참여는 당의 초기 건설기에는 긴요했다. 당의 안정성과 노동자적 계급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노동부문 30% 할당제가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당은 조직 노동자를 넘어서는 다양한 노동자계층과 소외된 민중부문을 대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민주노동당이 성장할 수 있고, 민주노총도 조합원과 노동자 계급 전체에 유리한 법률을 더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재와 같은 부문할당제를 고수하게 되면 소외계층과 전문가 계층 등 다양한 계층이 중앙의원과 대의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하게 된다.
예컨대 노동부분과 농민부문이 지금처럼 과다한 할당을 배정받게 되면 학계는 중앙위원을 낼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진보적 학계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대표성이 후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분회모임을 조직관리 차원에서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나누는 친목회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당에서 작성한 정책자료, 예컨대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방안 자료를 배포하는 등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실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당 지역위원회를 비정규직 센터로 전환하자는 제안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당의 인적, 물적 자원을 전략적 과제의 실천에 집중해야 한다. 당의 재정과 인력의 큰 부분을 비정규직 사업과 같은 전략적 과제를 선택해 집중해야 할 것이다. 현재 당의 재정은 조직관리에 너무 많은 부분이 배정되고 있다. 중앙당 유급정원 초과로 인한 지출이 2천만원 이상에 달하고 그것만큼 국고보조금이 삭감당하고 있다.
재정문제는 극히 중요하다. 국가의 어떠한 정책이든 법률과 제도, 기구, 인원, 재정의 4가지가 구비되어야 실행될 수 있다. 재정의 뒷받침이 없으면 실질적으로는 구호에만 그치는 정책이 된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공약을 발표할 때 공약 실천에 소요되는 예산과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마련 방안을 함께 발표해왔다. 무상교육, 무상의료라는 공약은 부유세를 중심으로 한 고소득층에 대한 조세 징수 확대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하나의 세트로 되어 있는 공약이다.
재정의 중요성은 당내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사업 등 아무리 강조되는 사업이라 해도 인력과 그에 필요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실제로는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
현재 10억원 정도로 누적된 당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2006년 지방선거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재정문제 해결의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연간 20억원 정도의 국고보조금으로는 정치자금법의 규정에 따라 중앙당에 50%를 배정해 상근자와 정책개발비로 사용하고 정책연구소에 30%를 배정하고 10%를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시도당에는 10%를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역위원회 조직 운영은 기본적으로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도당에 배정된 국고보조금은 경상조직 운영비로는 사용하지 않고 일반 유권자들을 상대로 하는 정책홍보자료 제작 등 정치활동비에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도 당의 각급 조직에 배치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부문별 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아 당내의 정책조정을 해내고, 제출법안 관철을 위해 의회와 언론활동에서 다른 당의 정책조정위원장과 정책을 두고 대결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비정규직 운동본부, 부동산대책위원회 등의 대표를 맡아 앞장서서 실천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정책실천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고 발의한 법안에 사회적 힘을 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