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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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i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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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모임을 만들라고 배후 조정하셨던 회장님께서, 관악산에서 였을까? 가을에 지리산 들러 남원에 가자고 제안 아닌 제안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번 남원에서도 해외 등반 이야기도 꺼내 놓으시더니 슬그머니 근우에게 묻어 가시더라. 계속된 회장님의 불참으로 지리산행이 잊혀질 무렵 남한산성에 야유회 갔다가 거기서 다시 지리산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들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가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유롭게 다녀 오는 것도 좋겠지만 다들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해서 무박 산행을 하기로 의기투합 하여 정한 것이 백무동-천왕봉-중산리 코스였다. 물론 코스를 알아본 건 본인이었지만 별다른 이견이 없어 확정 지으려는데 우리의 회장님 께서 무슨 생각이신지 백무동으로 다시 내려오는 코스를 잡으시잔다. 그 이유는 당일날 았았지만...


페북에 이벤을 띄우고 기다리고 있자니 어라~ 원봉이하고 근우네는 가족 동행이네? 이름만 알고 있던 95? 후배 둘도 간다고 하네? 제법 판이 커지는 상황이 걱정이 앞서있는데 회장님께서 덜컥 동기 세분 까지 명단에 올리신다. 안되겠다 싶어 같이 산에 다니는 친구에게 무전기를 구해 볼려고 했으나 일정이 겹쳐서 어렵게 되고 문제가 있겠나 싶어 출발 당일까지 걱정 붙들어 메어 놓고 당일 동서울 터미날로 향했다. 
 

전날 집을 나온 탓에 가는 도중 화장실에서 등산복으로 갈아 입고 터미날에 도착해 보니 좀 이르다. 우리 회장님께 전화가 온다. 술한잔 하고 가고 있는 중이시라는 데 취기가 상당하게 느껴진다. 내일 산에는 절반도 못 오르고 전부 하산하는 게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이래저래 밤 12시 동서울 터미날에 도착한 회원은 이병호,정혁기,정동실(부부),나,근우와 아들 지훈,원봉이 하고 미경이 그리고 윤희, 후배 평송이하고 재현이 모두 12명이다. 함양에서 합류하기로 한  석원이 까지 하면 13명이라는 올라야 하는데 선두와 후미가 차이가 많이 날 것 같지만 걱정은 일단 제쳐 두기로 한다,  


드디어 출발시간이 되어 지리산행 버스에 오르려는데 5분 간격으로 4대의 차가 대기하고 있다, 예약 승객이 많아서 3대의 버스를 증편한 것 같다, 대략 150여명이 자정에 지리산으로 행하는 것을 보면 지리산은 모두에게 제일봉이란 인식이 있나 보다. 백무동에 버스가 도착할 무렵 차창밖으로 누군가 주차장에서 해드렌턴을 비추며 열심히 석유 버너로 물을 끓이고 있다. 원봉이가 제일 먼저 광경을 보고 석원이 임을 직감했다 한다. 남원에서 늦을 까봐 자지도 않고 미리 와 있었다 하니 그 마음이 더욱 느껴진다.
 

백무동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중

주차장에서 정성껏 준비해준 사과와 오이를 나눠 가방에 넣고 따뜻한 커피와 컵라면으로 요기를 한 뒤 두 팀으로 나눠 등산을 시작한다. 선두는 가장 복장과 장비가 좋은 평송이 하고 재현이가 앞서 출발하고 술자신 양반들 하고 근우네 식구 동실형 부부 혁기형과 후미로 출발한 시간이 새벽 4시 반경인가 보다. 오르는 길이 시작 부터 너덜길이어서 관악산 10분 오른게 전부라는 동실형네와 근우 아들 지훈이와 속도를 맞추다 보니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는다. 게다가 렌턴을 준비해온 것이 부족해서 중간중간 끼어 불을 비추고 올라가니 더딜 수 밖에... 그렇게 한참을 낑낑거리며 올라가던 중에 누군가 우리 대열 후미에 따라 붙는다. 이렇게 느린 대열에 합류한 그는 우리가 쉬면 같이 쉬고 출발하면 마치 일행 인 것 같이 간다. 대략 6시 반경이 되었을까 희뿌연 새벽이 어둠을 어느 정도 밀어 낸다. 병호형이 먼저 치고 올라 가신다. 조금 지나 혁기형이 후미는 걱정하지 마시라 하여 형의 등산 이력을 알고 있었던 터라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나도 출발. 참샘까지 20여분 올라가니 병호형이 가고 계신다. 선두가 궁금한 터라 병호형을 뒤로하고 오르다 보니 얼마가지 않아 배낭을 가볍게 하려는 듯 선두 일행이 쉬고 있다. 가만히 보니 한명이 안보인다. 앞서 간 것인지 어쩐지 물어 보니 후미와 같이 올라 오는게 아니냐고 반문하는데 그제서야 후미 일행에 살짝 합류한 그가 재현이 인것 같다는 생각이 버뜩 든다. 오늘 처음 본 후배인데다 어두워서 사람을 분간하기 어려워 그가 재현이 인 것을 모르고 올라 온 것이다. 아니 침낭까지 배낭에 매고 온 친구가 왜 뒤로 처졌는지... 평송이 말로는 몇해 전 지리산을 왔었는데 그때도 힘들어 했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귀신처럼 우리 일행 후미에 달라 붙어 올라온게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조금 뒤 병호형과 합류하여 출발. 장터목에서 뵙기로 하고 조금 속도를 내 본다. 장터목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8시 30분경. 지리산 산행 중 이렇게 좋은 날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천왕봉에서 새벽 일출을 보고 내려온 산객들이 식사 준비가 한참인데 화려한 일출을 자랑하느라 여기저기 난리다. 3-4시간동안 탁 트인 곳을 보지 못하고 올라왔는데 장터목에 이르자 사위가 훤하다. 구름한점 안보이는 데 새벽 안개인지 낮은 봉우리들이 구름에 걸쳐 있는 듯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느낌이다.
 


장터목에서 바라본 주변


하산 계획이 12시 정각에 현재 위치에서 무조건 내려간다고 약속을 하고 올라 온 길이다. 산의 어둠이 빨리 내리는 데다 백무동 쪽은 동쪽이어서 더 빨리 어두워 질 것 같아 오후 4-5시 전에는 하산하여야 안전 할 것 같아서 그리 정한 것다. 아무래도 후미는 장터목에서 하산해야 할 것 같아 선두로 올라온 병호형,석원이,평송이 하고 천왕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너무 쉬다 다시 올라 가는 길이라 또 힘이 든다. 올라가며 고산 지대에 펼처진 주목 군락과 짙푸른 하늘을 보며 다시 힘을 내고 보니 천왕봉이 지척이다. 마지막 암벽지대를 오르고 보니 사방에 더 높은 곳이 없다. 멀리 노고단이 보이고 마치 섬처럼 덕유도 보이는 것 같고 시계에 걸리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풍경 그리고 셀카


천왕봉에서 재현이와 근우,지훈이가 올라 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라 오신다는 병호형은 아직 감감이고 불편한 볼일 때문에 먼저 장터목으로 향하는데 병호형이 올라 오신다. 오시다 졸려 한숨하고 오신단다. 후미 소식 전하고 장터목에 도착해 보니 근우가 지고 올라온 라면을 끓여 소주 한잔 했다 한다. 한잔이 아니었겠지?
 



제석봉 근처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 군락지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왕복 1시간 내외 걸리는데 11시경에 재현이하고 근우가 아들 지훈이하고 올라간다 한다. 12시 되면 천왕봉 못 가더라도 바로 하산하라 이르고 장터 같은 장터목에서 12시 조금 넘어 하산을 시작했다. 천왕봉 올라간 일행도 당연히 하산을 시작할 것이고 병호형이 같이 하산 하신다 하니 먼저 내려가 먼저 하산한 일행과 합류하려고 서둘러 백무동으로 내려왔다. 오후 두시 조금 넘어 도착해 동실형에게 전화하니 이미 남원에 가 계신다고 한다. 하릴없이 배회 하실까봐 빨리 내려 왔는데 이제는 내가 할일이 없다. 하산후 만나기로 한 집에서 묵에 막걸리 시켜 놓고 한잔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혁기형,병호형,평송,석원이가 차례로 내려오고 원봉이가 식구들과 내려온다. 마지막으로 재원이가 내려오는데 근우하고 지훈이가 뒤에 많이 쳐져 있는 상태라고 한다. 날은 어두워 지기 시작하고 걱정이 되서 다시 산을 되짚어 올라 가다 하산하는 객들에게 물어 보니 힘들어 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30여분을 다시 올라 가니 임무를 마치고 내려가는 구조대에게 물으니 바로 뒤에 있다 한다. 구조대에게 같이 하산하자 부탁하여 근우,지훈이 백무동으로 무사히 귀환 비로서 맘을 놓는다.
 



*) 백무동에서 부터 함께해준 함양사는 창호,명숙이 부부 반가웠습니다. 지방의 명산을 그 지역 회원 들과 같이 하는 자리가 가끔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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