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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i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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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해당되는 글 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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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물 민영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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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8.04.16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순방이 ‘쇠고기 동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1
  4. 2007.06.14
    2007년 6월 9일 서울시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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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화의 수요편지]땅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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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 출범 선언문
  9. 2006.02.21
    [펌]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10. 2006.01.24
    건국대 ‘애학투’ 사건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236318


▲ 그림 한동주

정부가 「'쇠고기 고시'를 틈 타 '수돗물 사유화'를 발표 」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좀 이상하다. 원가는 절감되는데 수돗물값은 오른덴다. ... 뭐냐 이건?

위에 링크한 글에서 가져온 아래 내용을 들여다 보자.

정부는 "현재 각 지자체별로 운영하고 있는 상수도 사업의 계속된 적자와 전문인력 부족으로 관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광역화해 전문기관에 관리를 맡길 경우 연 2000억 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와 같이 상수도 시설에 대한 소유와 수도요금의 결정과 징수는 해당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수탁업체는 수도시설의 관리.운영권만을 갖게 된다"며 "전문관리가 되더라도 원가절감으로 인해 요금인상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도 '전문화'에 따른 수도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시인했다. 정부는 "물 낭비를 억제하고 지자체의 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수도요금의 단계적 현실화도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다수 지자체의 상수도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한다고 해도 적자를 다 해소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민간기업이 관리를 맡게 되면 수도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또 상수도의 위탁 관리 결정권을 지자체에 맡기겠다면서 "광역화 관리 등에 참여하는 자치단체에 대해 지역특성과 재정력 등을 고려해 특별교부세, 국고보조금, 각종 세제혜택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된 쿠키뉴스의 또다른 기사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행안부는 우선 상수도를 직영하는 155개 시·군을 취수원과 행정구역, 상수도망 등을 고려해 3∼15개 자치단체를 묶은 뒤 수자원공사 등 전문기관이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먼저 몇가지만 살펴보자.

① 2천억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을 거라면서도 수도물 값은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 이 이야기는 적자가 매년 2천억원 이상난다는 말이다.

② 수자원공사 등 전문기관이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 이는 수자원공사 말고 다른 기관도 관리를 맡을 수 있다는 말이다.


2. 수자원공사말고 관리를 맡을 수 있는 기관은 외국 기업들 밖에 없다. 주간조선 2005년 3월 28일자 기사를 참고하자면, 이런 다국적 물기업들은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다. "현재 한국에 진출해 있는 대표적인 외국계 물 기업은 ‘베올리아’와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Ondeo)’"로서, 세계 물 기업 중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은 이미 한국의 하수처리 부문과 공업용수 분야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최종 목표는 한국의 상수도 시장일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2007년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상수도 시장은 5조 4800억원 규모에 이른다(water_2006.zip). 정부의 이번 조치에 이들이 얼마만큼 군침을 흘리고 있을 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이 상수도 사업에 뛰어들려고 준비하고 있을 것은 뻔하다.


3. 사실 우리나라 상수도 사업은 적자 사업이다. 한국은 특별·광역시를 비롯해 지자체별로 모두 하나의 수도사업자로 돼 있다(167개). 이들 지자체는 일제시대부터 제각각 취수원을 개발하고 상수도 시설을 깔아 주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해왔고, 이렇게 만들어진 독립적인 상수도 공급망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자원공사가 광역상수도사업자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지자체별 상수도망까지는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수돗물 가격은 지자체 별로 다 다르다. 수자원 공사가 공급하는 도매가 + 지자체별 추가 원가가 합산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산 원가가 공급 가격이 되지는 않는데, 이는 수돗물의 가격이 서민들의 생활 물가에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값이 오르면 생활비가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7개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면서 물을 공급한다. (7대 특별/광역시는 지자체 보조금이 없어도 수지 타산이 맞는다.)

2007년 통계 기준 국고 보조금은 1,727억 정도고 도보조금은 615억 정도였다. 도보조금의 대부분은 477억 정도를 지원하는 경기도가 차지하고, 국고 보조금은 전라남도(468억)-경상북도(257억)-전라북도(234억) 순으로 지급되었다. 상수도 사업이 손해를 보는 이유는 낡은 수도관, 전문인력 부족, 영세한 지자체별 사업 규모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유수률(수도관에서 물이 새지 않는 비율)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는 이를 대비할 방법을 강구해왔고, 그로 인해 사업 적자가 많이 줄어드는 추세에 있었다. 경영성과의 개선이 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2000년 4조 2천900억에 달했던 부채도 2006년에는 1조 4천880억으로 감소했다. 이는 실제로 2조 8천억원에 해당하는 빚을 갚을 만큼의 수익이 났었음을 의미한다.

photo by jazzpic



4. 그런데 왜 정부의 민영화에 가까운 '지방상수도 통합 전문기관 관리계획'이 터져나왔을까? 우선 혹시라도 나올지 모를 한국은 물부족 국가다-라는 견해에 대해선, 오마이뉴스의 「물 위기 조장하는 정부, 그치지 않는 국민탓」이란 기사를 참고해 주기 바란다. 우리나라가 정말 UN 지정 물부족 국가인지, 우리나라 수도요금이 해외에 비해 정말 싼지, 한국 사람들이 정말로 물을 낭비하는 지에 대한 답변이 들어있다.

결론만 말하자면, 정부는 아닌 척 하겠지만, 상수도 사업을 민영화하려고 한 것이 맞다. 지금도 지자체의 수도 관리 사업을 수자원 공사에 위탁해서 하는 곳은 있다(현재 논산시 등 13개 시·군이 상수도를 수자원공사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이런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수자원공사가 아닌 다른 곳에 물 관리를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라고 밖에는 생각하기 어렵다.

현재 7개 특별/광역시는 수익이 나고 있는 상태이므로, 상수도 관리를 특별히 위탁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국고와 도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던 나머지 지자체들의 상수도 요금이다. 수자원공사의 위탁 경영에 맡겨진 곳은 소폭 요금이 오르는 정도로 끝났지만, 혹시라도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에게 상수도 관리, 운영이 맡겨진다면, 그 가격을 아무리 지자체에서 결정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대폭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5. 물론 쉽게 물 가격이 오르진 않는다. 정치 논리가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지자체에서 가격을 결정하도록 맡겨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불안하긴 하다. 민영화 이후 대폭 상승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다국적 물기업인 '베올리아'와 '수에즈'가 근거를 두고 있는 프랑스도 수도사업 민영화 이후 수도요금이 150% 상승했다. 잉글랜드에서는 106%나 올랐고, 볼리비아에서는 수돗물 공급권을 글로벌 물기업인 벡텔이 인수한 이후 3배나 상승했다.

... 가난한 사람들 일수록 물값 상승에 따른 고통은 커진다.

지역에 따라 수자원공사에 위탁 운영을 하는 것은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역화 관리 등에 참여하는 자치단체에 대해 지역특성과 재정력 등을 고려해 특별교부세, 국고보조금, 각종 세제혜택 등을 지원할 계획"이란 말은, 다시 말해 정부의 계획을 따르지 않을 경우 그동안 지원되던 국고보조금을 줄여버릴 테이니 알아서 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결국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이번 관리계획을 무산시키거나, 실질적인 시민의 정치력으로 외국계나 대기업의 참여를 봉쇄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마산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수자원공사와 공동으로 '유수율 제고사업'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무산시킨 적이 있다. 당시 마산시의 시민단체, 시 의회, 공무원 노조 등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공공재인 물을 민간위탁으로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수도 사업의 민간 위탁을 막는 것에 성공했다.

6. 상수도 사업의 민영화는 "돈 없으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김길복 회계사의 말은 그래서 귀담아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볼 때 외국계 물 기업이 상수도 사업에 참여하면 시설이 현대화되고 물이 깨끗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급격한 물값 상승이 뒤따라 옵니다. 그 대가로 외국계 물기업은 엄청난 이익을 챙기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돈을 내지 않으면 물은 없다’는 논리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사람이 전기 없이는 살아도 물 없이는 살 수 없죠.”

- 김길복 한국수도경영연구소 소장·회계사


게다가 현재의 상수도 민영화 조치는 지난 2008년 3월 22일 이명박 대통령 주제로 열렸던 ‘경제상황 및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점검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대중교통요금, 상수도사용료 등 공공요금을 가능한 한 동결"하기로 한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7. 이래저래, 말도 안되는 시점에서 이런 발표가 나버렸다. 다른 곳에 정신 쏠리기 전에 필요한 내용들을 미리 정리해 보지만, 어째 정리하면 할 수록 허무하다. 왜, 지금, 이런 시점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하게 됐는지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날 수 있는 것은 하나, 묻어가기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고시에 대한 반발로 여론이 정신을 쏟고 있는 사이, 어물쩍 수돗물 위탁경영으로 포장된 민영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민 부담 증가다. 민영화하면, 아니 정부말대로 위탁경영을 한다면, 정부 말대로 어느 정도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로 인해 받아야할 비난을, 광우병 정국을 타고 어물쩍 묻어가려는 속셈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하나 더하자면, 대운하 착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정도의 성격이랄까. 거참, 살다살다 이렇게 꼼수를 부리는 공무원들 참 오랫만에 본다. 정말 영혼이 없다는 소리 들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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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애 팬카페(http://cafe.naver.com/yoonsenae.cafe)에서 퍼왔습니다.
내 머리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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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순방이 ‘쇠고기 동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농어촌사회연구소 부소장 정혁기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쓰여진 책을 읽다보면, 종종 중국을 방문하는 사절단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압록강을 건너고 요동요서를 지나는 고통스런 원행 끝에 중국 천자를 알현하기 위해서는 ‘선물’이 필요했다. 그 ‘선물’을 실은 마차와 인력이 기나긴 행렬을 지었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그리고 두 나라는 가져가는 목록과 수량에 대해 실무자들이 사전에 합의하여 말썽이 나는 것을 방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19일 부시면담을 앞두고 다른 다양한 목록의 선물 보따리가 있겠지만 그 한 목록이 될 미국산 쇠고기 개방 확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미국 방문에 앞서 쇠고기 문제를 풀고 간다는 공식입장”이라는 얘기도 있고, “정상 회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역 완화가 '선물'로 미국 측에 건네 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편에서는 “방미를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도 들린다.

이를 증거하듯 국내에서는 지난 4월 11일부터 미국과 쇠고기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19일 부시와의 만남이 약속되어 있다. 협상단은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등 7명이고, 미국측은 엘렌 텁스트라 농업부 차관보와 레슬리 오코너 USTR 과장을 비롯한 9명이다.

이 협의는 광우병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정부는 30개월 미만 소에 한해 뼈를 포함한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것, 그리고 동물사료 금지 조치 도입을 제시하고, 미국측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모든 연령과 부위 제한을 두지 말고 수입해 줄 것과 동물사료 금지 조치는 미국 축산업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미국 언론은 "'인간광우병(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 vCJD)' 증상을 보이던 버지니아 주의 22세 여성이 11일(현지 시각) 사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은 "미국 본토에서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린 이들이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간 미국에서는 3명이 인간광우병 판정을 받고 사망했으나, 모두 외국 체류 경험이 있었다는 이유로 사례에서 제외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간광우병 증상과 비슷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발병한 사실이 부검을 통해 2007년 공식 확인된 바 있다. 당시 보도된 기사의 요약이다.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인간광우병 증상과 비슷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발병한 사실이 부검을 통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인간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당국이 크로이프펠트-야콥병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관리와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인간광우병 부검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한림대 평촌 성심병원은 뇌질환 등으로 지난 4월 숨진 아파트 관리원 박 모(77)씨에 대해 최근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결과 박 씨는 광우병과 밀접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즉 CJD 4가지 가운데 '산발성CJD'로 최종 확진됐다.....국내에서는 CJD 의심환자가 연간 26명씩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부검을 통해 CJD가 확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 9월말까지 CJD 의심환자는 모두 21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인 우석균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CJD 확진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며 "식품과 검역정책이 허술한 우리나라의 현행 법체계상의 문제점과 당국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간광우병조차도 발생했는데도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다"고 강조했다....CJD유사환자 사망했을 경우 모두 부검을 통해 발병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광우병 청정국가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CJD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와 대응을 주문했다.....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산발성CJD 확진으로 우리나라도 더 이상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당국의 철정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부검을 통해 인간광우병 발병을 공식 확인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7/8/22 [노컷뉴스] CBS사회부 송형관 기자 hksong2@cbs.co.kr)

 그간 미국 정부는 "미국 본토에서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린 이들이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정부도 문제될 때마다 국민을 향하여 미국주장을 그대로 반복해 "미국인이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협상단을 이끌었던 외교통상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 같은 경우에는 광우병이 인간으로 전염돼서 ('인간광우병'이) 발병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과학적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권력자와 정책담당자들이 지닌 인식의 현주소다.

 그러나 하늘을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듯이 분명한 것은 미국은 아직까지도 소에게 육골분을 사료로 먹이고 있는 축산 야만국이라는 사실이다. 영국이 반추(되새김)동물(소, 양, 사슴, 엘크 등)의 단백질사료를 반추동물에 먹이는 것을 법률로 금지한 때는 1988년의 일이며, 30개월령 이상 된 소의 고기가 식용으로 이용되는 것을 금지한 것은 1996년의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축산업계의 반대로 동물사료 금지조차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초식동물인 소에게 가공된 동물성 육골분을 먹이는 짓을 계속해온 인간에게 광우병은 자연의 저주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을 향한 저주, 광우병 

 “뇌의 특정부분이 스폰지처럼 변형되어 각종 신경증상을 보인다.” “소의 뇌에 구멍(空胞)이 생겨 갑자기 미친 듯이 포악해지고 정신이상과 거동불안, 그리고 난폭해지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빛, 소리와 같은 조그만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쉽게 흥분하여 뛰어 다닌다. 울음소리가 이상해지고 불안한 동작을 취하며, 침을 흘린다. 골반, 뒷다리의 이상으로 보행장애, 후구마비, 근육진전 등 신경증상을 나타내며 체중 감소와 유량 감소도 관찰된다. 말기에는 기립불능과 전신마비 등으로 결국 죽게 된다”. 광우병(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하 BSE)에 걸린 소의 증상에 관한 묘사다.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도 유사한 증상을 보일 것이다.

광우병은 1985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세계 23개국, 20여만 마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액만 수십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광우병은 소의 질병으로 뇌의 특정부분이 스폰지처럼 변형되어 구멍이 생기고 각종 신경증상을 보이다가 폐사된다고 해서 소 해면상뇌증(BSE)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변형 프리온(prion) 단백질로 추정되고 있다

 광우병의 기원에 대한 유력한 정설로는 양의 광우병으로 불리는 스크래피((Scrapie)에 감염된 양의 육골분((meat and bone meal, MBM)을 소에게 사료로 먹여 생겼다고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광우병이 걸린 소의 육골분을 소에게 먹여도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 광우병이 걸린 소의 육골분을 송아지에게 먹였을 때 발생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왜 양이나 소에게 양과 소의 육골분을 먹였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단백질을 먹여 질좋은 쇠고기 등 부산물 및 가공품을 생산해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다. 육골분을 먹이는 양과 소는 반추(되새김)동물로 대표적인 초식동물이다. 그러나 미국은 축산업계의 반대로 동물사료 금지 조차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소에게 광우병을 감염시키는 병원체로 알려진 ‘프리온(prion)’은 인간에게도 전염된다. 대표적인 병으로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vCJD))’을 꼽는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과 조직소견을 나타낸다."

 소에서 발견되는 변형프리온은 뇌조직, 척수조직, 안구의 망막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쇠고기 등 살코기는 괜찮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하지만 소장이나 골수, 척수신경절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연구자료가 있고 다른 부위도 안심할 일이 아니다.

 뇌에 스폰지처럼 구멍이 생기는 병을 총칭해 해면상뇌증(Trans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y, TSE)이라고 부른다. 광우병이 소에 발생하는 병이라면 인간에게 유사하게 발생하는 해면상뇌증으로는 병으로는 쿠루병(Kuru),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거스트만-슈트로이쓸러-샤인커(GSS) 증후군,유전성 치명적 불면증, 산발성 치명적 불면증 등이 있다. 이중 광우병과 관련 있는 병으로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 지목된다.

 1996년 3월 영국정부는 광우병과 사람의 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 CJD)과의 상관 가능성을 발표한바 있으며 동물실험에서도 전염성이 인정되었고 관련된 과학자들의 보고가 잇따랐다. 사람의 vCJD 환자는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등에서 발생된 바 있다.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관해 한 자료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고전적인 CJD에 비해 영국과 프랑스에서 발생한 vCJD는 질병발생 평균연령이 28세로서 매우 낮다. 증상을 보면 처음에는 심한 심리적불안정, 감각기관의 이상(귀, 눈, 코)이 나타나며, 수주에서 수개월 경과하면 근육공동작용의 실조, 근육경련, 정신적 혼란 등이 나타나며, 이러한 환자는 비정상적인 뇌전도(EEG) 소견을 보인다. 증상은 6개월 이상 지속되며, 처음 발병 뒤 평균적으로 약 13개월 뒤에 죽는다. 시체를 부검해서 뇌조직을 관찰하면 스폰지처럼 구멍이 난 뇌조직이 특징이며, 프리온 단백질로 구성된 비정상적인 반점이 관찰된다."

 광우병이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되었을 때 영국정부는 십년 동안이나 이 질병이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1996년 3월 영국정부는 광우병과 사람의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과의 상관 가능성을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일련의 법률들을 제정하였다. 예컨대 반추(되새김)동물(소, 양, 사슴, 엘크 등)의 단백질사료를 반추동물에 먹이는 것(1988년), 특정위험물질(뇌, 척수, 소화관)을 소의 도축과정에서 제거 (1989, 1995년),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고기는 식용으로 이용되는 것 금지(1996년) 등이다.

 마지막으로 광우병의 병원체로 알려진 프리온에 대한 자료 설명으로 독자들에게 미국과의 쇠고기 개방 확대에 대한 판단을 맡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프리온은) 순수 단백질이다. 무세포성이다. 생존력이 매우 강하여 매몰된 사체 조직 내에서 1년 이상 생존이 가능하다. 열이나 자외선조사 또는 일반 소독제에 내성을 나타낸다."

"프리온은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뇌조직 신경세포 내에 변형 프리온으로 장기간(평균 2-5년) 축적 증식되어 스폰지 모양의 공포를 형성한다. 프리온은 세균, 기생충, 바이러스, 기타 지금까지 알려진 핵산을 가진 병원체가 아니며, 따라서 세균성 질환이나 바이러스성 질환에 적용되는 치료법이나 예방법은 전혀 효과가 없다."

"따라서 사육 가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확인, 검역 강화, 발생국으로부터 동물, 축산물, 사료 및 육골분의 수입의 원천적 차단, 오염된 사료, 고기, 가동품을 섭취하지 않는 것. 그리고 발생국일 경우 감염동물을 모두 죽여 소각하는 것이 예방법이다."(밑줄은 필자가 강조한 것임)

 자칫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순방이 ‘쇠고기 동맹’이 될 결과를 낳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미국은 오늘도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연령과 부위 제한을 두지 말라”며 30개월 벽을 허물려하고 있는데 반해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기준’을 들먹이는 정부 담당자들의 언동이 심상치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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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급하게 정리해 내용이 다소 불만족스럽지만 시기가 시기여서...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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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20주년 전야제엘 다녀 왔습니다.

아는 이가 총 연출을 한다기에 썩 내키지 않은 길을 나섰는데....

이한열 20주기 추모행사와 전야제 사진 올립니다.

여기에 올릴려니 사진이 많아 구글로 올립니다.

앉은 자리에서 손각대로 잡다 보니 초점이 안 맞는게 보이네요.

http://picasaweb.google.co.kr/soil2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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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국화꽃 피우기 위해’

농촌공사에 농지매입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김규태 기자 mr@gimpo.com

"못내못내 절대못내 부당수세 절대못내!", "애태우고 속태우는 노태우고추 불태우자!", "천만농민 단결하여 농민세상 앞당기자!"… 지난 1989년 2월13일, 여의도에서 치러진 이른바 '2.13여의도농민대회'.

농민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며 교사발령을 포기하고 선택한 농업. 농촌생활 1년만에 경험했던 2.13여의도농민대회의 기억은20여년을 지났건만 아직도 선하다.

농협 직원들까지도 '관사람'처럼 인식하며 숨죽여 살아오던 농민들이 서울 여의도광장에 모여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광장에 모여든 2만여명의 농민들은 ‘우리가 바라는 농민세상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학생운동의 경험은 ‘깨어있는 자만이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알려줬고, 이후 농촌에 정착하자마자 소모임 부터 만들어 농민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공부를 시작했었다. 1년간의 소모임 활동을 마치고 드디어 1988년 12월22일 '김포자주농우회'가 창립됐다. 농촌생활 1년만에 '김포자주농우회' 이름으로 참가했던 '2.13여의도농민대회'는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이후 1990년 전농이 탄생하면서 김포자주농우회는 김포시농민회로 확대 발전된다)

"천만농민 단결하여 농민세상 앞당기자!" 당시의 모든 구호엔 '천만' 이란 숫자가 들어 있었는데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350만도 채 안되는 실정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650만명이 등지고 떠나간 농촌. 남아 있는 350만 농민들은 오늘도 ‘한ㆍ미FTA’라는 괴물과 마주하고 정치꾼들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큰 한숨 토해내고 있다.

農者天下之大本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우리 농민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준 말 농자천하지대본. 온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 지고 있다는 자부심에 좋은 옷은 커녕 아이들 교육 제대로 못 시켜도 누구를 원망하지도 좌절하지도 않고 꿋꿋하게 버텨 왔더랬다.

수입개방의 여파로 농민들이 지을 농사가 없어 돈 되는 작물을 찾아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릴때 나 또한 고추농사, 포도농사, 채소농사를 전전하다 결국 국화농사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15년째 하우스농사를 이어 오고 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이 싯구절을떠올릴 때마다 나도 모든 감성을 다 동원 하여 실컷 울어보고도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한시라도 긴장을 풀면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은 위기감에 내 목은 늘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하우스 15년, 국화농사 11년
처음엔 하우스만 지어 놓으면 농촌에 있는 돈을 다 긁어 모을 줄 알았다. 그 다음엔 하우스 규모를 늘려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엔 경영을 현대화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견학을 다니고 교육을 받고 하면서 점점 그 규모를 넓혀왔다.

1992년엔 농어민후계자로 선정되었고 1996년엔 '전업농'도 되었다. 경영 규모도 600평 에서 1300평으로, 그리고 2000평으로, 그것도 모자라 년 3기작을 하여 연면적 6000평에 가깝게 농사 규모를 늘려 왔다.

우리 부부의 노동력도 점점 늘어나 7년전부터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게 되었고 점점 오르는 기름값을 아끼려고 하루 350장씩 연탄을 6년째 때오고 있다. 이러한 연탄값도 점점 올라 내년에는 지금의 세배나 오를것 이라고 한다.

헝크러진 관계들
하우스농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농민운동 활동량이 줄어들었고 하우스 규모가 늘어나면서부터는 거의 모든 활동이 정지되다시피 하였다.

마음도 같이 변해갔다. 농민운동한다고 농촌으로 내려왔는데 농삿일에만 매달려 있는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스러웠던지… 하루 빨리 농사 기반을 잡아 놓고 활동력을 복원하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그날을 생각하며 일하고 또 일만 했다. 그러나 그날은 커녕 점점 더 수렁속으로 해매여야 했다.

농민운동 동지들은 내 몫까지 책임을 지느라 허리가 휘고, 난 나대로 밑빠진 독을 채워 넣느라 온 집안이 성한 구석이 없었다. 형제들은 물론이고 처갓집까지 잡혀 먹었다. 그래도 IMF도 버텨 냈는데, 빚은 점점 늘어만 갔다. 2년전 암수술을 받은 큰 아들놈 병원에도 한번 가보지 못하고 일만 했다.

변한것과 변하지 않은것
맨 처음 농민운동한다며 종횡무진 돌아다니던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게 있다. 2~30대 청년들이 4~50대로 변하고 수많은 선배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경운기가 트랙터로 변하고, 콤바인 포대가 없어지고, 오토바이가 트럭으로 변하고, 군부독재가 사라지고, 집집마다 컴퓨터가 생기고, 휴대폰 없는 사람이 없다.

세상이 그런데 아직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은 우리 농민들의 구호가 아닐런지. 목이 터져라 농민세상을 외쳐댔건만 농민세상은 오지 않고 텅 빈 들녘에 농민들이 남기고 간 구호만 메아리치고 있다.

박수를 치던 시민들도 이젠 너나없이 자기 코가 석자다 보니 관심이 예전 같지 않고, 한 표가 아쉬운 정치꾼 들도 별로 아쉬워 하지 않는 그런 황무지에 가슴이 시커멓게 탄 농민들만이 아무도 구경하는 이 없건만 목젖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것일까
얼마전 큰 아들놈이 두번째 암 수술을 받았다. 아침 저녁으로 하우스 문을 여닫아야 하고, 점심때는 연탄온풍기 연탄도 갈아야 한다.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지만 수술 전날 나는 원자력병원에서 아들놈과 단 둘이서 하룻저녁을 보냈다.

집사람은 나 대신 하우스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있어야 했고 두번째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무언가 긴박한 판단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에서 밤을 보낸 것이었다.

오랫만에 옛날 생각을 해보았다. 꿈 많던 고등학교 시절, 대학 시절 학림사건으로 군대에 강제징집 되었던 일, 하루라도 빨리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학교를 작파하고 위장취업에 나섰던 일, 대공분실에 끌려가 죽도록 매맞던 일,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발령을 기다렸지만 학생운동 경력 때문에 발령이 안 나던 일, 김포 정착 후 도중에 발령이 났던 일, 후계자 자금으로 무기둥 하우스를 짓고 세상을 다 얻은듯 좋아 하던 일, 하루 빨리 활동력을 복원하고자 아둥바둥 살아온 세월이었다.

내가 대학 진학하게 되면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큰동생, 시동생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닭장사를 해야만 했던 나 보다 두살 위인 형수, 내가 교사 발령을 포기했을때 말 없이 눈물만 짓고 있던 형수를 보며 하루 빨리 멋진 세상을 만들어 보답하겠노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또 쥐었었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은 커녕 빚에 짖눌려 제 몸 하나 간수도 못했다. 한심했다.

땅 문서를 내어 놓으며
몇 일 전에 한국농촌공사 김포지사에 '농지매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농촌공사에서 요구한 서류도 모두 제출 했다.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지적도등본, 주민등록등본, 재산세과세증명,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부채증명서, 경영일지, 농지원부…

농지의 소유권은 내 손에서 떠났지만 다행이 농사는 계속 지을 수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열심히 농사를 지으면 5년 후에는 다시 농지를 살 수가 있다고 했다. 이것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가부채대책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실시되고 있다.

작년에는 급한 농민들부터 구제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연체 5천만원 이상인 농가에만 신청 자격을 주었지만 올해부터는 부채 규모가 5천만원 이상인 농가는 누구나 신청이 가능해졌다. 김포에서도 작년에 한명, 올 해 에는 나를 포함해 2명이 신청했다.

집행유예 5년


문화생활, 취미생활은 고사하고 아이들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현실. 인건비, 자재대, 기름값, 농협이자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도 모자라 또다시 빚을 져야만 했다. 뼈가 부서져라 일을 하건만 일 한 만큼 빚의 양 또한 늘어만 갔다.

이러한 현실이 앞으로 5년 동안 개선이 될 수 있을까. 정말 5년 후에는 정부의 계획대로 농민들

이 다시 농지를 환매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그래왔듯 정부의 정책에 또다시 속는 것은 아닐까.

2007년 0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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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평화


젊은 벗에게,

땅을 팔고 너희를 위해 안전한 보호구역으로 이주하라는 미 대통령의 편지에 인디언 추장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우리들 조상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데, 어찌 그것들을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결국 인디언들은 학살당하거나 아니면 굴종의 이주를 떠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땅과 평화는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졌습니다.

“... 대추분교 운동장에 있는 전봉준 동상 파괴를 온몸으로 막던 평택 시민 신문 양용동 기자, 그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 자신이 미술을 전공했기에, 그 가치를 알기에, 절대로 훼손은 막아야 했노라고 하지만, 한낱 농투성이인 내 눈에는 그것과 들판에 뿌려진 씨앗이 조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한 뼘 한 뼘 땅을 가꾸면서 그것을 숭고한 작품을 만들 듯, 그리고 대를 이을 자식을 키우듯 어루만지고 가꾸었습니다... (김지태 대추리 이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른바 행정대집행은 평택주민들과 평화인권활동가들에겐 분명 ‘국가폭력’이었습니다. 수구신문들은 충분한 보상을 했다느니 이념문제라느니 떠들지만, 정작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땅’과 ‘평화’일 뿐입니다. 남은 여생을 일생 동안 일군 땅과 함께 하는 것이며 이 땅의 평화가 그분들이 바라는 것입니다. 그분들을 그 땅에서 떠나게 하려면, 참여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뿐이었습니다. 마지막 주민의 동의를 얻을 때까지 대화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는 일입니다. 국민을 주인으로 여긴다면 참여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입니다. 경찰을 동원하고 군인을 동원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것이 권위주의 독재를 마감한 ‘민주화된 시대’의 진정한 의미여야 했습니다.

참여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평택 미군기지 확대를 주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농민들을 쫓아내려고 합니다. 보상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주민들을 더럽히면서. 이른바 국익이 모든 것에 우선할 수 있다는 수구언론과 정부의 논리가 바로 그들의 이념입니다. 그런 논리에 대한 암묵적 동의는 땅과 평화를 지키려는 농민들과 인권평화활동가들을 ‘진압’하는 일까지 일어나게 했습니다.
광주의 기억을 갖고 있는 우리들에게 군인과 민간인이 대치하는 모습은 순간 넋을 잃게 했습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 이르렀다는데, ‘작전’ ‘진압’ ‘엄중한 처벌’이라는 말로 국민을 대하고 있습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대추리 사람들, 삶의 터전에 뿌리 내리고 그 소중함을 간직하려는 사람들, 그들의 절규가 뼈아픈 울림을 줍니다. 이 땅의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우리들의 인디언들입니다.

## 필자의 개인 사정으로 편지가 하루 늦어진 점 사과 드립니다.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 드림
편집 : 한겨레 주주독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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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있는 동안 저는 조국통일 인사들을 적잖이 만났습니다. 이역만리에서 분단된 조국을 바라보면서 통일 염원을 갖는 것은 민족 구성원으로선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인사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조국 통일을 외치면서 몇 안 되는 사람들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이나, 물리적 탄압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인지 서로 경쟁하듯 과격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 등은 그들이 그들만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통일 건달’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습니다.

그들의 존재 때문은 아닙니다만, 언제부턴가 저에겐 못된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말’의 진정성을 엿보기 위해 ‘말’의 주인공에게 국록(나라에서 주는 녹봉)이나 권력의 자리를 안겨주는 상상을 해보는 것입니다. 제 외할아버님은 제가 소싯적에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를 때 야단치는 대신에 “사람은 노름을 해보면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라는 말씀을 남겨주셨는데, 저는 사람들이 살림살이가 확 달라질만한 국록이나 권력을 쥔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그들의 ‘말’의 진정성을 가늠해 보는 것입니다. 못된 버릇인 게 분명한데, 흥미로운 것은 그런 상상의 모습이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통일’이든, ‘민주’든, ‘좌파’든, ‘진보’든, ‘노동’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처지가 의식을 규정 한다’라는 명제를 적용해 보는 것이지요.

저의 곱지 못한 시선은 오늘 ‘민주건달’들이 득세한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면서 노무현 정권이나 열린우리당, 또는 참여정부의 ‘개혁’이란 게 <‘민주건달’들의 일자리 창출>의 의미로 남았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알량하나마 권력까지 덤으로 갖게 되었으니 ‘민주건달’로선 주체하기 어려울 지경일 수 있겠습니다. 닳고 달은 관료들에게 포섭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와 같았을 것입니다.

전제할 필요도 없는 말입니다만, 물론 반민주세력이 계속 득세한 것보단 수백 배 낫습니다. 역사 진보의 발자취로 보더라도 ‘민주건달’들도 한 자리 하는 과정을 거쳐야겠지요. 그런데 ‘친절한 금자씨’의 말을 빌려 “‘민주’나 잘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민주건달’들이 ‘좌파’까지 끌어안으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입니다. 반민주세력이 종종 그들을 ‘좌파’라고 몰아세우는데 ‘민주건달’들은 이를 은근히 즐기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건달’의 미덕으로 보더라도 온당치 않은 일입니다. ‘꿩 먹고 알 막고’도 유분수입니다.

과문의 탓인가요? 저는 ‘민주건달’에게서 노사관계에서 방향키를 반대로 바꾼 것에 대해 옹색하나마 그 이유를 들은 바가 거의 없습니다. 대미관계 또한 그 방향타를 반대 방향으로 틀었는데 궁색하나마 그 이유를 들은 바가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초심을 부정한 사람들이, 그래서 민중을 말했던 과거의 자신을 배반한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좌파’를 들먹이는 행위는, ‘왕의 남자’ 앞에게도, ‘중세의 부퐁’ 앞에게도, 왕후장상에게 예속되었던 예술인들 앞에게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래서는 과거에 반민주에 맞섰던 민주의 ‘아우라’까지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말을 빌려서 한마디 해봅니다.

“‘민주건달’님들, 살림살이 확 나아지셨습니까?”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 드림
편집 : 한겨레 주주독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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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 출범 선언문

문화, 인권, 생명을 위협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한다.

- 과도한 지적재산권 강화는 한국의 문화를 질식시키고 인권과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칠 파괴적인 영향력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농산물 개방으로 위협받을 농민들의 생존권과 식량 안보, 국민의 눈과 입이자 정신의 요체인 방송,영화 시장 개방에 따른 문화의 종속성 심 화와 미디어 공공성 약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시장 개방, 한국의 미래를 미국에 위탁하는 교육시장 개방 등 그 파급효과는 전 사회영역에 미칠 전망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지적재산권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적재산권의 지나친 강화는 거대 자본의 독점권을 강화하여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민중들의 문화적 권리와 건강권 등의 인권을 침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킴으로써,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협정이 야기할 폐해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협정의 체결에 반대하는 전 국민적 운동에 함께 하고자 한다.

정부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 협상 의제나 정부의 입장과 전략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지적재산권 문제가 주요 이슈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협상의 개시를 선언한 지난 2월 2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의회에 보내는 서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폭넓은 요구를 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재계의 입장을 담고 있는 ‘주한미상공회의소 2005 정책보고서’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4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로 ‘디지털 지적재산권 침해를 중심으로 지적재산권 보호 및 단속 강화’를 포함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은 산업상 이용가능 한 발명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권, 문화 예술 창작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저작권을 비롯하여 상표권, 영업비밀 등 다양한 독점권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 제도는 한 사회의 기술, 산업의 발전과 문화의 증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정보화가 진척될수록 그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독점배타적 권리의 부여를 기본 원리로 하는 지적재산권의 특성상 지나친 권리의 강화는 오히려 지식과 문화에 대한 접근과 유통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문화적 권리와 같은 인권과 공공성을 침해하게 된다. 또한 특허로 인한 의약품 독점과 같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권에 대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대다수의 지적재산권이 실제 창작자가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소유와 통제 하에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적재산권은 사실상 창작자들의 이익보다는 초국적 자본의 독점을 강화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을 비롯한 세계적인 주요 지적재산권 협정에 가입이 되어 있으며, 지적재산권 권리자에 대한 보호 수준이 국제 협정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전혀 낮은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국제 협정들은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과도하게 관철되어 그 보호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03년과 2005년에 개최되었던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에서도 대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은 현행 지적재산권 체제가 과도하게 권리자의 독점적 이익의 보장에 편향되어 있어, 이용자의 권리 및 공공성의 보장과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변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제3세계 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개발 의제’ 수립을 제안하며, 지적재산권이 각 국의 개발을 촉진하는데 복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제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상으로 한국의 보호 수준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요구가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대변할 뿐이며, 한국 민중뿐만 아니라 미국 민중의 이해와도 상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미국이 체결했던 자유무역협정이나 미국 기업들의 요구들을 통해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논의될 의제들을 가늠해볼 수 있다. 우선 미국은 현재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되어 있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미국의 ‘소니보노 저작권 연장법’은 이미 약 40여만 개의 저작물이 공공자산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아 대다수 사람들의 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법은 ‘미키마우스법’이라는 조롱에서 보다시피, 단지 거대 문화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이다. 미국은 또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저작권자들은 미성년자들에 대해 사법처리 하겠다고 위협하고, 이용자들의 정보인권을 침해하면서 이미 강력하게 단속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일시적 복제(컴퓨터나 인터넷의 이용 과정에서 메모리 등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것)를 복제로 인정하라는 요구는 모든 컴퓨터와 인터넷 이용을 통제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요구는 소수 문화 자본의 독점적 이익을 위해 민중들의 정보 접근권과 문화적 권리를 희생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특허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특허 범위의 확대, 강제실시의 요건 강화, 특허와 의약품 승인의 연계 등 특허권자, 특히 미국의 제약 자본의 독점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의약품의 개발, 생산, 유통에 있어서 초국적 제약자본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시키는 반면, 민중의 통제권은 전반적으로 약화시킴으로써 민중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는 초국적 자본의 독점을 보장하는 대신, 국내의 산업, 문화, 인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지적재산권 제도가 미국의 일방적인 통상 압력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고려할 때, 또한 한국 정부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태도 역시 자본 편향적이었음을 볼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지적재산권 협상이 민중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미국은 자신의 요구에 맞는 지적재산권의 강화를 국제협정에서 관철하기 힘들게 되자,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전 세계적인 지적재산권의 강화와 통일화를 꾀하고 있다. 따라서 협상 체결국의 사회적 여건이나 수준을 고려한 지적재산권 협상을 기대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각계 민중들의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이에 맞서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


2006년 4월 11일

한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
(공공의약센터|문화연대|정보공유연대 IPLeft|진보네트워크|함께하는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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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장 상 환(진보정치연구소장,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2006-02-12

민주노동당은 현재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해 10.26 재선거 결과 울산 북구에서는 조승수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잃어버린 의석을 되찾지 못했고, 경기도 광주시와 부천시, 대구 동구을에서는 2-4%라는 초라한 득표를 했다. 당 지지도도 2004년 총선 당시의 13.1%에서 2004년 8월 18%대까지 올라갔다가 점차 하락하여 2005년 11월 7-8%로 내려갔다.

최근 지지도도 낮다.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TNS와 함께 지난 2월 7일 실시한 격주 정기여론조사에 의하면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34.7%), 열린우리당(20.3%), 민주노동당(8.8%), 민주당(4.7%) 순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5월말의 지방선거 전망도 비관적이다.

그리고 2006년 1-2월에 걸친 당직선거를 통하여 새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원장, 최고위원 지도부가 구성되었다. 새 지도부는 당이 처하고 있는 주체적 객관적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당을 잘 이끌고 나가야 할 것이다. 당이 처한 상황이 워낙 어려운데 비해서 새로 당직을 맡은 분들이 축적해온 정치적 경험과 그동안의 행적으로 봤을 때,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긴박한 시점에서 앞으로 수개월간 당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당 지지도를 올려놓을 수 있는 실천의 방향을 정립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념을 고집하지 말고, 정파적인 사심을 버리면 사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4년 4월 15일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을 하게 되었을 때 국민들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는 높았고, 민주노동당 스스로도 밝은 미래를 보며 사기가 높았다. 그런데 그동안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 그 원인을 분석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과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1. 민주노동당 위기의 원인

2004년 4월 15일 제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을 가져온 요인은 무엇이었나? 민주노동당이 비례대표선거에서의 정당 지지도 13.1% 득표, 지역구 의석 2석과 비례대표 8석, 합께 10석로 의회에 진출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외환위기 이후의 사회경제적 양극화, 1987년 6월 이후 사회단체의 활동 발전, 전후 세대의 사회 주도세력으로의 등장 등의 객관적 요인과 함께 민주노동당의 서민대중 옹호를 위한 정치노선과 합리적 정책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합쳐져서 이러한 성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총선 직후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도는 높아졌다가 꾸준히 하락했다. 한길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총선 전 2004년 3월말에 7%미만이었던 민주노동당의 지지도가 총선을 계기로 올라가서 2004년 7월에는 최고 18%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그 후 몇 차례의 계기를 통해 하락하여 2004년 10월 14.6%, 2005년 3월 10%로 내려왔다가 2005년 11월에는 총선 이전 수준인 7.8%까지 하락했다. 민주노동당 핵심지지층의 당 지지도도 급격히 하락했다.

30대는 9월 24.1% → 10월 16.2% → 11월 10.9%로 내려갔고, 대졸자는 같은 시기에 각각 17.8% → 13.0% → 10.7%로 내려갔으며, 화이트칼라는 각각 21.5% → 12.0% → 11.5%로 하락했다.

이러한 민주노동당 지지도 하락의 원인에 대해서 홍형식 한길 리서치 소장은 민주노총의 도덕성 추락과 서민대변 부족,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실정, 소수정당의 한계와 이에 대한 딴지 걸기 등 주로 민주노동당 외부와 관련된 이유를 든다.

첫째 노동계와 관련된 문제로서는 민주노총이 그동안 노조간부의 부패와 도덕성, 비정규직 이용, 노동귀족 등으로 LG칼텍스 파업 및 귀족노동자 논쟁으로 2004년 8월부터 2005년 1월까지 지지도가 18%대에서 14%대로 떨어졌고, 민주노총 폭력사태 및 기아자동차 채용비리 등으로 2005년 2월부터 10월까지 10-11%로 떨어졌고, 민주노총 강승규 부위원장 비리사건 및 민주노총 지도부 사퇴. 전교조 APEC학습자료 및 교원평가제 관련 연가투쟁 등으로 2005년 11월에 지지도가 7.8%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2005년 11월 조사를 보면 지지도 하락 원인으로 노동계 문제 관련을 가장 많이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실정에 따른 지지도 하락에 민주노동당 지지도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국민들이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노무현 대통령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범 진보개혁세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셋째, 소수정당의 한계로서 국민들은 지난 2년 동안 민주노동당을 지켜 본 결과 민주노동당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끼게 되었고, 보수 언론들도 민주노동당에 불리한 기사를 많이 내서 이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홍형식, “민주노동당 지지도 추이와 지지층 분석”, "위기의 민주노동당, 무엇을 할 것인가", 진보정치연구소 긴급토론회, 2005. 11. 10)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상당 부분 타당하지만 부분적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민주노총의 문제가 바로 민주노동당으로 번져오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과 차별화를 하지 못한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을 넘어서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빈민 서민을 확실하게 대변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지지도가 동반 상승하고 하락하는 현상도 민주노동당이 노무현 대통령 및 열린우리당과의 명확한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졌고,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에 대응해 분배를 말로만 강조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무능을 보였다면 소외 계층은 당연히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야 할 터인데 지지가 한나라당으로 옮겨간 것은 민주노동당이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복지 지출의 감소를 의미하는 8조9천억원의 감세안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선거에서 모두 승리하고 지지도도 40% 대로 올라갔다. 지지도 하락을 외부요인에만 돌리면 민주노동당 스스로는 할 일이 없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 민주노동당 스스로의 요인이 중요하다. 중요한 외부 요인이 없었더라도 민주노동당이 잘한 것이 없으면 지지도는 내려갔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재선거에 참패하고 지지도가 급격하게 하락한 것은 민주노동당 자신의 책임이 크다.

첫째, 총선 후 민주노동당은 기본 정치노선의 면에서 민중들의 민생문제를 소홀히 했다. 새로운 지도부가 2004년 말에 국가보안법 철폐에 올인한 전략은 민주노동당의 지지도 상승에 기여하지 못했다.

결국 열린우리당을 도와준 결과가 되고 말았는데 열린우리당도 이를 적극 추진하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의 지지를 잃었다. 국가보안법 문제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면에서는 중요하지만 대중들의 직접적인 생활상의 이해관계 측면에서는 중요도가 떨어진다. 이러한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의제와 함께 대외관계에 지나치게 기울어진 것도 문제였다.

독도 파병 주장, 북미관계에서 북한의 입장 주로 옹호, 북한 인권 비판 소홀 등도 다수 기층 국민들의 지지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당 조직 운영이 비민주적이었다. 즉 다수 당원의 의사, 지지자들의 의사를 당 운영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1인 7표의 최고위원 선출제도는 정파대립 구조의 단점을 극대화했다. 이 결과 선출된 지도부는 민족해방파 그룹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최고위원의 다수는 사회단체 활동을 주로 해왔을 뿐 당활동 경험이 일천했고, 책임있게 당론을 형성해 실천하지 못했다.

지도부에 대한 당 내외의 비판을 정파적 차원의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잘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지도부는 1년반 동안 당 지지도만 대폭 하락시키고 결국 중도 퇴진하고 말았다.


셋째, 당의 인적 물적 자원을 민중들의 생활상의 문제를 실천하는 핵심 분야에 집중하지 못했다. 당 소속 국회의원 세비 가운데 180만원을 넘는 부분과 의원보좌관 보수중 150만원을 넘는 부분을 당 재정으로 납부했는데 이것이 중요 과제 실천에 쓰이지 못하고 당의 일상조직 운영에 투입되고 말았다.

지역위원회 준비위원회 실무자에게까지 상근비를 지급했다. 반면에 당의 핵심사업이 되어야 할 비정규운동본부에는 인력과 재정이 투입되지 못했다. 재정의 합리적 운용도 실패했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약 10억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회계처리 미비(용도외 사용 1281만원, 보조금 배분기준 위반 372만원)와 중앙당 유급사무원 초과(2080만원)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난 11월 15일 국고보조금을 종전의 금액인 5억2350만원에서 5천여만원을 감액하고 4억6514만원만 지급했다.

2. 민주노동당의 위기 극복방향

민주노동이 혁신해나가야 할 과제를 정치노선, 조직노선, 실천노선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가는데 당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첫째, 전략적 과제의 면에서 민주노동당은 계급적 문제, 즉 민생문제의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당이 현재 실천하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의 객관적 조건에 정확하게 대응하고 있는가, 즉 유권자 내지 지지자들의 요구에 잘 부응하는가를 살펴보면 그렇지 못하다.

국가보안법 문제나 미군기지 문제, 미국의 북한 압박의 문제 등은 그것대로 중요하기는 하지만 민중들의 집중적인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격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민중의 정치의식은 보수적이다. 비판적 사회과학에서는 이를 허위의식이라고 부른다.

홍세화선생은 이를 ‘존재와 의식 간의 괴리’라고 부른다.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법보다는 주먹이 앞선다’는 민중들의 일상생활에서의 경험 탓으로 볼 수 있다. 복지국가를 확충해서 민중의 생활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지만 당장 해결될 수는 없는 먼 장래의 일이다.

법은 먼 것이다. 따라서 당장에 실리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지역정당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도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현재 한국사회의 화두는 양극화 문제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모든 정당이 인정한다. 그러나 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는 차이가 난다. 한나라당은 성장을 통해서 양극화를 완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감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은 빈곤층에 대한 복지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재정 마련을 위해 증세에는 주저하고 있다. 재벌과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는 너무나 느슨하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아주 좋은 정치적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동안 공약해온 정책을 철저히 밀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부유세 도입 등 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증액을 통해 제대로 된 사회보장 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양극화의 주범은 과도한 이윤을 획득하고 있는 국내외 자본이다. 비정규직의 처지가 더욱 어려워진 것은 그동안 노동소득분배율의 악화, 즉 자본의 몫이 점점 더 커진 탓이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전체 취업자 중 피고용자 비율은 61.7%에서 66.0%로 연평균 7.0% 증가했는데 요소비용국민소득 가운데 피용자 보수, 노동자몫의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은 61.9%에서 58.8%로 연평균 5.0% 감소했다. 이보다 더 뚜렷하게 현재 한국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양극화의 실상과 본질을 잘 보여주는 통계는 없다.

민주노동당은 양극화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무주택자, 빈민, 장애인, 여성 등 기층 민중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양극화를 조장하는 재벌과 외국 자본 등 국내외 자본의 횡포를 제어하는 데도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실천을 꾸준히 누적해나갔을 때 민중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른 보수정당에서도 민생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것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지원규모가 극히 미미하다는 한계를 가지거나 다른 정책분야에서는 민중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다른 보수정당을 비판할 때는 종합적인 정책효과를 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른바 개혁세력,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현재의 위기는 연대성과 도덕성의 약화에서 기인한다. 민주노동당도 이것이 부족하면 마찬가지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당은 민주노총 등 대중조직에 대해 도덕성의 유지와 함께 연대성의 확대를 위해 실천해 나가도록 필요한 비판을 하는 등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산별노조 건설에도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원들이 앞장서도록 결의해서 실천해야 한다.

둘째, 대선과 총선에서의 선거공약을 기초로 일상적 활동에서 진보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담보하고 의회활동과 대중운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가장 적합하고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과제를 선택하여 집중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실천방법도 당원의 참여와 대중의 호응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식을 택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대중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면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예컨대 모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지출계획과 이를 위해 소요되는 재원 마련을 위한 세제 개혁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대중운동 조직의 요구를 수용하되 진보적 지식인들을 최대한 참여시켜 현실성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간부 활동가들도 분야별 전문지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의회활동과 민중운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구체적인 문제를 최대한 발굴 조사하여 의회활동의 자료로 뒷받침해야 한다. 예컨대 시도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거나 홍보물을 제작해서 배포하는 등 실천을 할 때는 중앙당에서 마련된 정책자료를 그냥 반복할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대중들의 문제를 당사자들 면접조사 등을 통해 조사해서 발표해야 한다. 그러한 구체적 자료와 내용이 있어야 대중들의 구체적인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지역의 언론에도 보도될 수 있다.

셋째,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경우 필요하면 당원 총투표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일반 국민들도 등록하여 당의 정책상의 쟁점에 대해서 투표할 수 있는 개방적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당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정파가 지도부에 참여해서 다양한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정파등록제를 도입하여 정파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체제를 구축하도록 당직 선출제도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중앙위원회 구성에서 정파명부에 따라 중앙위원 후보를 출마시키고 당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하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당내 선거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정파등록제가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양한 정파가 논의하는 비공식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자리에서 당원들의 요구와 실천의지를 모을 수 있는 지혜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 당권을 잡은 민족해방파 인사들은 논의가 복잡해지면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책임성이 약해진다고 생각하거나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적 의사결정은 형식만이 아니라 실질이 중요하다. 민주적이지 않은, 일부 세력만에 의한 신속한 의사결정은 더욱 나쁜 결과만을 가져올 수 있다. 당대표 선거에서 조승수 후보를 지지한 50%에 가까운 당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그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 안이한 방식으로 당을 이끌고 가면 당권파들은 빠른 시기에 당 내외로부터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당 게시판에서 표출되는 당에 대한 다양한 불만들은 당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표현이다. 이에 대해서 당직자들은 불편하다거나 야속하다고 생각하는 좁은 마음을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앞장서서 그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실천내용들을 제시하고 불만을 표시한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포용과 통합의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확립과 관련하여 노동부문과 농민부문에 대의원과 중앙의원의 28%, 14%를 할당하는 현재의 부문할당제는 민주노총과 전농이 과다 대표된다는 문제가 있다. 민주노총의 적극적 참여는 당의 초기 건설기에는 긴요했다. 당의 안정성과 노동자적 계급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노동부문 30% 할당제가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당은 조직 노동자를 넘어서는 다양한 노동자계층과 소외된 민중부문을 대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민주노동당이 성장할 수 있고, 민주노총도 조합원과 노동자 계급 전체에 유리한 법률을 더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재와 같은 부문할당제를 고수하게 되면 소외계층과 전문가 계층 등 다양한 계층이 중앙의원과 대의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하게 된다.

예컨대 노동부분과 농민부문이 지금처럼 과다한 할당을 배정받게 되면 학계는 중앙위원을 낼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진보적 학계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대표성이 후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분회모임을 조직관리 차원에서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나누는 친목회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당에서 작성한 정책자료, 예컨대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방안 자료를 배포하는 등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실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당 지역위원회를 비정규직 센터로 전환하자는 제안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당의 인적, 물적 자원을 전략적 과제의 실천에 집중해야 한다. 당의 재정과 인력의 큰 부분을 비정규직 사업과 같은 전략적 과제를 선택해 집중해야 할 것이다. 현재 당의 재정은 조직관리에 너무 많은 부분이 배정되고 있다. 중앙당 유급정원 초과로 인한 지출이 2천만원 이상에 달하고 그것만큼 국고보조금이 삭감당하고 있다.

재정문제는 극히 중요하다. 국가의 어떠한 정책이든 법률과 제도, 기구, 인원, 재정의 4가지가 구비되어야 실행될 수 있다. 재정의 뒷받침이 없으면 실질적으로는 구호에만 그치는 정책이 된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공약을 발표할 때 공약 실천에 소요되는 예산과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마련 방안을 함께 발표해왔다. 무상교육, 무상의료라는 공약은 부유세를 중심으로 한 고소득층에 대한 조세 징수 확대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하나의 세트로 되어 있는 공약이다.

재정의 중요성은 당내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사업 등 아무리 강조되는 사업이라 해도 인력과 그에 필요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실제로는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

현재 10억원 정도로 누적된 당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2006년 지방선거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재정문제 해결의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연간 20억원 정도의 국고보조금으로는 정치자금법의 규정에 따라 중앙당에 50%를 배정해 상근자와 정책개발비로 사용하고 정책연구소에 30%를 배정하고 10%를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시도당에는 10%를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역위원회 조직 운영은 기본적으로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도당에 배정된 국고보조금은 경상조직 운영비로는 사용하지 않고 일반 유권자들을 상대로 하는 정책홍보자료 제작 등 정치활동비에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도 당의 각급 조직에 배치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부문별 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아 당내의 정책조정을 해내고, 제출법안 관철을 위해 의회와 언론활동에서 다른 당의 정책조정위원장과 정책을 두고 대결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비정규직 운동본부, 부동산대책위원회 등의 대표를 맡아 앞장서서 실천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정책실천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고 발의한 법안에 사회적 힘을 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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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민주화운동] 78. 건국대 ‘애학투’ 사건

[경향신문 2004-11-21 18:12:08]

1986년10월28일 오전 8시쯤. 건국대 교정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등교하는 학생들로 붐볐다. 국화 전시회 기간(국화는 건국대의 브랜드로 정평이 나 있다) 중이었다. 본관과 그 주변은 황국을 주종으로 더러 붉게 타오르는 듯한 국화가 늦가을의 정취를 짙게 풍겼다.
교정 중심인 황소상 주변에서 일행인 듯 보이는 동아리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게 평소와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역시 또다른 일행인 듯한 여학생들이 구내식당으로 대거 모여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사실 건국대생이 아니었다. 서울지역의 다른 대학교 학생들이었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학교측은 9시쯤에야 급히 경찰에 경계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의 태도는 달랐다. 학생들은 3인이 1조를 이뤄 라면 상자에 꽃병(화염병)을 담아 대규모로 이동하고, 다른 학생들이 정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시위때 사용하기 위해 작게 쪼갠 돌)을 깨고 있었다. 그런데도 무슨 일인지 이미 배치돼 있는 경찰은 정문을 통제하지도 않았다. 학생증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오가 되자마자 정문과 후문, 민중병원 쪽 출입구를 중무장한 닭장차로 에워싸기 시작했다.

경찰은 전국의 대학생들이 이날 건국대에 모여 ‘전국 반외세 반독재 애국학생투쟁연합(애학투)’ 발족식을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상당수 건국대생들은 집회의 성격이나 내용을 알지 못했다. 건국대 총학생회 실무자들이 준비에 골몰하느라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

오후 1시, 민주광장에 29개 대학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발족식이 시작됐다. 행사 후반 들어 전두환 5공정권을 지원하는 외세를 규탄한다며 미국 대통령 레이건과 일본 총리 나카소네에 대한 화형식을 진행할 무렵이었다.

이때 공대 건물을 지나 학생회관까지 진입한 경찰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최루탄을 무차별 난사하기 시작했다. 광장은 순식간에 먼지 구름 같은 최루 연기에 휩싸였다. 직격탄을 맞은 부상자를 업고 교직원과 교수들이 정문으로 내달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최루탄을 피해 건물 안으로 쫓겨 들어갔다. 본관, 중앙도서관, 학생회관, 사회과학관 등으로 피신한 학생들은 경찰의 진입을 막고자 출입구에 캐비닛·책상·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도 잠시에 불과했다. 경찰은 건물 안을 향해 최루탄을 대거 발사했다. 실내는 최루가스로 가득 찼다. 학생들은 환기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유리창을 모두 부셨다. 교정은 삽시간에 아수라 지옥으로 변했다.

해가 지면서 찬바람이 엄습하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학교는 경찰에 병력 철수를, 학생들에게는 안전 귀가를 전제로 자진 해산을 제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학교측 제의를 묵살했다. 오히려 오후 7시가 지나면서 전경차는 70대로, 경찰병력은 2,000여명으로 불어나 건국대를 물샐 틈없이 포위했다.

집회 참가자뿐만이 아니었다. 도서관에 있던 건국대생도, 친구를 만나러 온 타교생도 투망 속에 갇힌 물고기 신세로 전락했다. 본의 아니게 학생들은 점거농성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건물 안에 갇힌 이들은 첫날 밤을 극도의 공포 속에서 지샜다.

이틀째인 10월29일 휴교에 들어간 건국대는 총장을 비롯해 간부들이 나서 경찰에 학생들의 안전귀가 협상을 시도했으나 허사였다. 일개 대학 따위의 성의쯤이야 간단히 묵살해도 좋다는 듯, 경찰은 오전 단수에 이어 오후에는 전기까지 끊었다. 학생들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밤에는 극심한 갈증과 추위에 떨어야 했다. 뉴스를 보고 달려온 학부모들이 건물 밖에서 외투를 전달하려고 경찰에 애원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를 지켜본 학생들은 ‘어머니의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부둥켜 안았다.

학교 근방 화양리 일대에는 성능 좋은 마이크를 장착한 정체불명의 차량들이 “공산당은 반드시 망한다”고 방송하면서 거리를 휘젓고 다녔다. 그러자 극심한 피로와 허기에 지친 와중에도 사회과학관의 한 여학생이 밖을 향해 손나팔을 만들어 “애국시민 여러분, 우리는 빨갱이가 아닙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꿈꾸는 애국학생들입니다”라고 외쳤다. 주변 건물의 옥상에 있던 주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격려했다.

서울의 여러 대학에는 애학투의 건국대 농성에 대한 지지 대자보가 붙었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를 한데 모을 역량이 없었다. 각 대학 투쟁본부가 이미 건국대에 갇혔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추위와 누적된 피로, 타는 듯한 갈증과 굶주림 속에서 10월31일 아침을 맞았다. 오전 8시30분, 8,500여명의 경찰병력이 진압작전에 돌입했다. 무장 헬기가 굉음과 함께 건국대 상공을 선회하면서 적을 공격하듯 소이탄을 토하는 것을 신호로 경찰들은 일제히 다섯 개 건물 안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무서운 속도로 내려꽂히는 소이탄과 최루탄, 적의를 번득이며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쇠파이프 등 건국대 교정은 생지옥이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투신에 대비해 건물 주변에 깔아놓은 매트리스에 불이 붙으면서 검은 연기가 불길과 함께 치솟았다. 건물 안쪽에서는 “사람이 죽어간다” “구급차를 불러주세요”가 난무했다. 거친 비명으로 가득했다. 운동장 스탠드와 정문 밖에서 진압작전을 지켜보던 학부모들까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고가사다리에서 소방 호스로 퍼부어대는 최루액을 잔뜩 뒤집어쓴 학생들이 거의 실신 상태로 끌려나왔다. 지칠대로 지친 학생들은 끌려나오면서 잔혹한 발길질 세례를 받아야 했다. 경찰은 도서관, 학생관, 교양학관, 본관, 사회과학관 차례로 진압작전을 완료했다. 주동자급 체포에는 1백만원 상금과 포상 휴가까지 걸려 있는 작전이었다.

진압이 끝난 뒤 경찰은 대운동장에 55개 중대 병력을 집결시켰다. 마치 적을 섬멸한 뒤 전공을 자축하기라도 하듯, 의기양양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관제언론은 전장에서 상처를 입은 학생들을 향해 연일 공산혁명분자라고 매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검찰은 연행자 1,525명 중 부상자 등을 제외한 1,290명을 구속했다. 그중 주동자 29명에게는 국가보안법이 적용됐다. 근대적 사법체계가 출범한 뒤 단일 사건으로는 세계 최고의 기록이었다.

애학투는 ‘반제 민중민주화운동의 횃불을 들고 민족해방의 기수로 부활하자’는 슬로건 아래 86년 봄의 대학생 전방입소 훈련 거부와 팀스피리트 반대 투쟁에 주력하던 학생운동 그룹(민족해방파)이 만든 조직이었다. 이들은 5·3 인천사태가 대중의 신뢰를 잃으면서 민주화운동 조직의 궤멸적 탄압을 불러온 점을 반성했다. 대신 직선제 개헌을 매개로 제도권 야당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해 군사정권을 향해 대대적 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당시 논란이 된 88올림픽은 남과 북이 공동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사태가 종료된 뒤 공안당국이 학생운동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일부러 사상 유례없는 투망작전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돌았다. 사건을 둘러싼 여러 정황을 볼 때 개연성이 매우 높았다. 미 국무부 차관보가 갑작스럽게 방한한 것이라든지, 김대중이 대통령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정권측이 모종의 비상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더욱 희한한 일은 사건 직후에 일어났다. 북한 금강산댐에 관한 언론 보도가 그것이었다. 북한이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금강산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해 4월이었다. 이때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러나 건국대 사건 뒤 갑자기 이 소식이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북한이 88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금강산댐 물을 방류하면 여의도 63빌딩의 절반 높이까지 물에 잠기는 등 원폭 투하 이상의 피해를 입힌다는 내용이었다. 국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방송은 인기 연예인까지 동원해 금강산댐에 맞서려면 평화의 댐을 우리 손으로 건설해야 한다며 연일 선전선동에 나섰다. 결국 코흘리개들의 돼지저금통까지 훑어내 7백여억원의 성금을 걷는 데 성공했다.

이 광기는 7년이 지난 93년 감사원 감사에서 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개헌정국을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는 전두환과 그 추종자들이 벌인 후안무치한 조작극이었다. 이 미완의 평화의 댐은 지금도 수려한 강원도의 경관을 욕보이듯, 거대한 입을 벌린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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