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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5일(금)
오늘 아침 아니 새벽에 당신의 꿈을,처음으로 뚜렷한 꿈을, 꾸었습니다. 곡 잡아주는 꿈.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꾼 것 같습니다. 꾸고나니 너무 허전합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천수경 반야심경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한 시간동이나 외워보았습니다. 하지만 허전한 마음은 달랠 길 없고 그 모두가 옛날의 꿈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눈을 감고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돌이켜볼수록 가슴만 더 답답할 따름입니다.
과거ㅗ는 다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과거는 다 무조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보, 여보 당신은 지금 무얼하고 계시는지 무슨생각을 아니 이승의 모든 생각 다 버리고 극락세계 왕생하여 기쁜 나날 보내신지…
내세가 꼭 있어서 그런 좋은 나날을 보내신다면 저 이렇게 슬퍼하지 않겠는데 당신을 위해서 참을수도 있겠는데, 부처님께 빌어서 좋은 곳으로만 갈 수 있다면 제 생 다바처 죽는 날까지라도 빌겠는데…
여보 그렇게 믿고 부처님께 빌며 앞으로의 남은 생을 보낼까 합니다.
극락세계가 꼭 있다고 믿고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이세상에 머무는 동안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열심히 살아보렵니다.
당신께 이 글 보냅니다. 안녕.
4월4일(목)
오늘이 4재입니다. 허전한 마음은 갈수록 더해갑니다. 어젯밤도 꿈속에서 여보하는 한마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보니 꿈이었습니다.
내가 일어나지만 안했어도 당신과 몇마디 말을 주고 받았을텐데 왜 일어났는지 모르겠군요.
날이 갈수록 당신 생각이 더 나니 어떻하면 좋겠습니까? 어떠한 어려움도 당신과 함께였다면 극복해 갈 수 있었으련만 지금은 저의 힘으로는 도저히 헤처나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옛날에 선이를 잃어버렸을 적에 비통에 빠진 저를 달래주시던 생각이 눈에 선합니다. 밤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서 잊자고 잊어버리자고 어루만져주시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몇 해전 혜령이 때문에 속이 상해있을때도 밖으로 나오라고 하여 외식도 하고 극장식당도 데려가 주시던 생각, 낮이면 혼자서 걱정하고 있으면 좋아하는 풀빵사가지고 와서 점심같이 하던 생각이 모두가 옛날의 회상이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렸습니다.
여보, 우리들의 과거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서보니 나쁜 것 하나도 없었고 좋은 것만 생생하게 떠오르니 아마도 좋았나 봅니다. 그런데 이젠 이미 다 지나간 옛날 이야기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 인생은 밝게 즐겁게 희망을 가지고 영원한 미소 속에 살아야 한다. 인생의 고는 표면적인 것이고 자체가 락인 것이다.-당신의 수첩에서)
4월3일(수)
3월31일 영암 어머님께서 다녀가셨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얼마나 서러워하시는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침착했었지요. 자식보다는 부모가 부모보다는 제 심정이 더 괴롭다는 걸 느꼈습니다.
여보, 이런 나를 두고 어떻게 가셨즌지 전 생각도 못해 보았습니다.꿈도 꾸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젯밤도 당신과 함께 보따리를 들고 산이라고도 하고 병원이라고도 하는대로 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날마다 꿈에 보이긴 하지만 뚜렸하지는 못하였습니다. 당신과 함께 이미자 노래를 들을 땐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마음은 허전하여 당신이 가신 후 처음으로 이미자 판을 틀어 보았습니다. 헌데 가슴은 천갈래 만갈래 더 찢어지는 듯하고 눈에선 눈물이 한없이 흘렀습니다. 제 심정 당신에게 전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할 길이 없습니다.
여보, 여보 정말 정말 죽어서 만날수만 있다면 당신곁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 누구도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식도 부모도 제 깊은 뜻은 헤아려 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러울수가..이렇게 괴로울수가 있습니까?
둘이 만나 같이 가는게 제일 행복할 것 같습니다. 헌대 우린 이렇게 헤어질 순 없는데…
이 세상에 저 혼자인 것 같습니다. 이런 세월을 얼마나 보내야 합니까? 앞으로의 생, 제 생이 아닐 것 같습니다. 남을 아니 자식을 위한 생이 될 것 같읍니다. 여보, 여보 이런 모습 당신은 원하지 않을텐데, 열심히 살길 원할텐데 죄송합니다. 어쩔수가 없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3월 30일(토)
오늘 아침도 울었습니다. 속이 상합니다.
여보, 어쩌자고 나만 남기고 가셨습니까?
내 마음 나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몰래 서러워진걸 어떻합니까? 과거를 돌이켜 보면 나라는 사람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전 좋은것이라곤 없었던 것 같습니다. 헌데 이게 또 무슨 꼴입니까? 정말 복없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저인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래도 한때나마 나가면 나쁜 일도 있었고 좋은 일도 있었지만 전 50평생 일 아니면 혼자서 살아왔습니다. 이제 막 재미붙여 살아볼까 했는데 이 꼴이 되고 말았으니 당신보다 나은게 뭐가 있습니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만약 지금 내가 죽을 병에 걸려 누워있다면 누가 나를… 내가 당신을 간호했던 것 반의 반 아니 1/3도 못해줄 것 같군요. 어쨌든 먼저 간 사람이 행복한가 봅니다. 그 괴로운 생 더 살면 무얼하고 덜 살면 무얼하겠습니까? 마지막 순간 아쉬울 따름..죽어버리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속이 없이 내가 살아있나 봅니다.
3월29일(금)
여보, 내일이 서산계 곗날이라고 나더러 오라고 어젯밤 전화가 왔더군요. 작년 이 땐 당신과 함께 다여왔는데 나 혼자 뭘하러 가겠습니까? 당신과 함께 다닐 땐 좋았었는데…
이번엔 괜히 가슴이 더 터질 것 같습니다. 더 우울해 집니다. 더 살고싶지 않습니다. 혼자산다는게 그렇게 쓸쓸하고 허전한 것인지 미쳐 몰랐습니다. 남들도 사는데 전 왜 이런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서산계원 7명중 당신이 제일 먼저 가버렸습니다. 제가 박복하여 당신을 잃었는지, 당신이 명이 짧아 이렇게 가버렸는지 알 수 없군요. 차라리 남들처럼 제가 먼저 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당신과 바꿀수만 있다면 더더욱 좋구요. 하지만 현실은 그럴수가 없는 걸..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기가막힐 지경입니다. 가려움증만 있을 뿐 밥도 잘먹고 누워있지도 않고 활동도 제대로 하면서 병원에 갔었는데 3개월만에 가버리다니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일이군요. 현대 문명이 그토록 아니 의술이 그토록 발달되었다고들 하면서 그 병하나 못 고치고서야 어떻게 의술이 발달됐다고 하겠습니까?
내게 이런 벼락이 어디있습니까?
전 49년간 남을 위해 살았고 남편을, 자식을 위해 살아왔을 뿐 저 자신은 내동댕이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계시다면, 부처님이 계시다면 저에게 이런 모진 별을 주지는 않았을 터인데…아마도 당신이 죄가 많은가 봅니다.
전 오늘 김회장 사모님 문병을 갔었습니다. 가기는 싫었지만 당신 빚 갚으려구요. 다녀오는 길에 을지로 큰 점숙이네 집에 들렀었지요. 거기에 갔더니 당신 살아있을 땐 아무얘기도 않더니 죽고나니까 옛날 얘기하더군요. 당신과 장원이 엄마 이야기. 언젠가 당신이 서울에 출장화서 전화로 만나자고 아여 나갔더니 그런 이야기 하면서 재가 충격이 커서 어쟀으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더라고 만약에 내가 먼저 가더라도 혼자 살면서 서러워 할꺼라고… 그렇게 걱정하는 사람이 어떻게 먼저 갈 수가 있습니까?
오늘 김회장님을 보니 나보다는 훨씬 더 나아 보이더군요. 최선을 다한 다음은 어쩔수가 없다구요. 그리고 여지껏 살아준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더러 운명으로 돌리고 힘내라구요. 하지만 슬픈걸 어떻합니까? 괴로운걸 어떻합니까?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과거가 그립습니다. 옛날이 좋았었습니다. 여보, 여보 대답 좀 해보세요.
3월28일(목)
오늘이 또 절에가는 날입니다. 삼재.가신지 3주째 되는 날입니다. 그너나 몇 달이 지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허전한 마음은 갈수록 더 한 것 같구요. 여보, 어젯밤도 당신을 보았지요. 요즘은 날마다 보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뚜렸한 모습, 다정한 말씀은 한마디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제는 힘을 내 화단 정리를 하였는데 당신과 함께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또 옛날 생각이 자꾸납니다. 작년에는 조그만 화분 하나라도 당신과 함께 였는데 올해는 당신대신 철훈이와 함께 했습니다.
전 당신을 대신해서 철훈이와 하고있습니다. 당신 없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미는 없을 것 같구요. 하지만 죽은 당신보다야 났겠지요. 정말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여보, 왜 우린 그렇게 고생을 했는지, 쩔쩔 매었는지 … 이제 막 고비를 넘기고 일어서려는 순간 이렇게 억울하게 가버리면 어떻합니까? 이러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서럽지는 않겠습니다. 이렇게 괴로워하지 않겠습니다. 고생 끝에 락이란게 무엇입니까? 죽는게 락이 되었군요. 여보 잡아당길수만 있다면 죽을힘을 내서라도 잡아당기고 싶습니다. 전 무슨 락으로 삽니까? 현재로선 락이라곤 없을 것 같습니다. 오직 저에겐 자식들 잘 되어가는 재미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네, 예전에도 주고만 살았으니 앞으로도 주고만 살까요? 제 모든 것을 주려고합니다. 아낌없이 다 주렵니다. 그멈 편하겠지요.
3월26일(화)
어젯밤 역시 꿈 속에서 보았습니다. 개울도 지나고 산도 오르고 나무도 몇 그루 팠습니다. 그리고는 모릅니다. 그리고 또 나주 큰 방에 옛날 농들이 많이 있어 구경하면서 이렇게 많이 있는데 나 하나 줄 수 없을까 하고 있는데 당신이 무슨 병아리 한마리를 몰고 들어와 쫓으라고 하기에 같이 쫓다가 그 후로는 또 모릅니다. 전 이런 꿈을 원하지 않습니다. 안꾼것만 못합니다. 살아생전처럼 다정한 말씀 앞으로의 제가 해나가야 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얘들의 꿈에는 보이지 마시옵고 저의 꿈의 나타나시어 생활의 목표, 게획 항상말씀하시던 것을 가르쳐 주세요. 지금처럼의 꿈은 주나마나입니다. 당신의 모습도 제대로 볼 수가 없는 꿈입니다. 이렇게 보고나면 안 본것만 못합니다. 더 안타깝습니다. 죽을때까지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낮도 깁니다. 밤도 깁니다. TV도 흥미가 없습니다. 얘들이 없으면 더 미칠지경입니다.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법먹고 잠 잘자도 허전한 심정은 매꿀수가 없군요.
여보, 여보, 전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이대로 그럭저럭 살까요? 돈을 벌어볼까요? 둘 다 싫습니다. 당신이 없는 지금, 그럭저럭은 정말 싫고요, 돈은 더더구나 싫습니다. 돈 벌어서 어디에 씁니까? 여보, 여보, 전 어떻하면 좋습니까? 말씀 좀 해주세요.
3월25일(월)
어제 오르락 내리락 2시간을 걸었건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 생각에 잠길 따름입니다. 자고나도 눈물 생각 한이 없습니다. 오늘도 비가 와서인지 더 우울해 집니다. 당신이 계신 곳은 비가 안 오는지요. 비가 온다면 다 젖어있겠군요. 여보, 여보 이렇게 생각이 나고 잊을 수가 없으니 전 어떻하면 좋습니까?
나가면 더 나을 줄 알았는데 방에 앉아있는것만 못합니다. 울고 싶을 땐 울고 중얼거리고 싶을 땐 중얼거리는게 훨씬 편한가 봅니다.
인생무상. 말 그대로입니다. 명예도 돈도 부귀영화도 다 쓸때없는 것이군요. 한 번 가면 그만 되돌릴길 없는 일. 한 번 태어나서 인연이 다하면 헤어지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아에게 이렇게ㅐ 빨리 오리라곤 정말 몰랐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왜 하필이면 당신만 안 보이는지 속이 상합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습니다. 그저 이대로 방에 앉아있는게 제일 편한가 봅니다. 당신이 가버려 뒷방도 세를 놓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을 철훈이가 방을 치웠는데 너무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낚시도구, 등산도구, 이것들을 치우자니 정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여보, 여보 이것들을 이렇게 놔두고 누구와 함께 즐기며 무엇을 하려고 나를 두고 가버렸습니까 생각할수록 답답하기만 합니다.
당신을 잊기위해 나를 위해 자식들을 위해 봉은사에서 경기도 현등사에 기와불사를 한다기에 철훈이 기와 한장 20,000원을 내고 회비 5000원을 내 현등사를 갔었습니다. 현등사의 내역은 지금으로부터 1400년전데 건립하였으며 신라보조대사의 사리탑, 부토, 또 그분의 부도 이렇게 있으며 유명한 스님들의 수도절이라고 하더군요. 6.25사변 후 40년 간 비워 두었다가 4,5년 전부터 조계종에서 관리하고 있는가 보던데 주지스님 내지 3스님이던군요.
그 절이 소원을 잘 들어준다고 합디다만 전 소원을 빌 틈도 없었습니다. 절도 할겨를도 없었습니다. 때마침 일요일이어서 쌍쌍이 올라오는 등산객을 보니 울컥 설움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는 길이 당신과 같이 다니던 워커힐 뒷산실이었습니다. 천마산 가던 길이었습니다. 마석 가던 길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나 당신과 같이 가던 길이었는데 올 봄 오늘은 왜 저 혼자만의 길이 되었을까요.. 위안이 되기위해 나들이를 했었는데, 위안은 커녕 더 점점 견딜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차 안에서 나도 몰래 눈물이 한 없이 흘렀습니다. 여보, 여보,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어디선가 꼭 돌아올 것만 같습니다. 저를 두고 가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27년간 살면서 단 몇 일도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는 제가 20일을 헤어져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꼼에도 잠시잠깐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대화도 없습니다. 만져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어디로 가버립니다. 살아계셨다면 단 하루를 어디 다녀와도 여보 하고 불러주던 당신, 집어 오기전에 항상 여기 터미널이야 하고 전화주시던 당신. 그러나 지금은 먼 옛 날 다시는 들을 수 없고 보지 못할 당신 그립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살아 생전 못먹고 못입혀드려 이렇게 죄스럽습니다. 지금보터는 좀 괜찮을텐데 자기말로도 이젠 끝났다고 하고선 그렇게 가벼리면 어떻합니까 당신이 가버린 지금 당신이 있을 때보다 더 잘 먹고 있습니다. 그럴때마다 속이 아품니다. 그래서 그 때 처럼 먹고 살까도 합니다만 더 큰 후회가 있을까봐 당신에겐 미안하지만 그 때처럼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전엔 가고 싶은 곳에도 안가고 절대로 못 가고 공을 들인다해도 우선 살기위해 못 갔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닙니다. 과거나 너무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누굴 위해 싸고 또 싸고 몇 푼 안되는 원금 줄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과거가 너무 밉습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다시는 이렇게 후회스럽게 살지 않으려고합니다. 절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3월 23일
꿈에 보나 마나 입니다. 어제밤 역시 보이긴 했지만 손 한번 잡어보지 못하고 작은 집 제사 모시러 간다고 사라져버렸으니까요.
여보, 여보 길이 틀리다고이럴수가 있습니까 그래도 누워 계실 땐 든든한 감도 있었고 그렇게 슬퍼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허전하고 슬플수가 없습니다. 여보, 한 번 가면 그만인 것을 다시 오지 못할 것을. 왜 그렇게 살다생전 싸우지 않고는 살수가 없었을까요 절실히 느꼈습니다. 깨달았습니다. 그 누구도 미워하지 말자고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길며, 살아있는 동안이 얼마나 됀다고 싸우고 속상하고 낯붉히며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인생무상을 이제야 깨닳았습니다. 당신이 보여준 셈이지요.
내일 종말이 와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뜻도 새겨봅니다. 과거 현제 미래 네 과거와 미래는 버리고 현베만 생각하고 살려합니다. 여보 당신과 나 사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나봅니다. 아니 아주 좋았나봅니다. 나쁘고서야 이렇게 안 잊혀질수는 없겠지요. 항상 당신이 하던 말 누가 더 사랑하는지 저울지 떠보지 않은 이상 알 수가 없다던 당신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영원히 알수 없게 되였군요. 만약 내세가 있다면 제가 당신 곁에 갈때까지 기다리겠지요. 그 때는 누가 더 사랑했는지 알수 있겠군요. 그 때까지 극락세계 왕생하여 못다 푼 한 다 푸옵소서.